2025년 12월 13일(토)

연예인, '죽고 싶다'는 생각 일반인보다 3배 높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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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최현만 기자 =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연예인 약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1년 이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응답자가 약 18% 정도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실시한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집계된 약 5%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 종사자인 연예인들이 자살에 취약할 수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면상담을 늘리고 컨트롤 타워로 마음건강센터의 설립을 제안했다.


권세원 중앙자살예방센터 연구개발팀장은 지난 11일 열린 콘텐츠 디렉션 2020 포럼에 참가해 '대중문화예술인 자살문제 대응정책' 세션에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연예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연예인은 18%로 나타났다"며 "이는 전국적으로 실시한 일반인 대상 조사 결과인 평균 5% 정도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권 팀장은 이들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61.2%, 악성 댓글이 52%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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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팀장은 "연예인들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언론 노출의 두려움이 53.6%,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41.2%,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진료공간이나 상담소 부재가 38.6% 등을 차지했다"며 "언론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심리상담 기회와 예산 편성을 확대할 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설리와 구하라씨에 이어 올해 오인혜씨, 박지선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모방 자살'을 불러일으켜 일반인들의 자살률을 높이곤 한다.


설리와 구하라씨가 숨진 지난해 10월, 11월에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연예인 극단 선택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중앙자살예방센터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앞서 서술된 내용이 담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예 관련 종사자 대상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은 마지막 점검 단계에 돌입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와 보급 방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극단적 선택에 취약한 직업군에 속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 종사자인데다 악플이나 루머의 표적이 되기 쉽고 얼굴이 알려지면서 인간관계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유경 공군사관학교 교수는 "실제 아이돌·기획사 대표 등을 상담해보니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신체적으로도 불규칙하게 생활한다"며 "불면증·공황장애 등이 발현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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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문화예술계에 입문하게 되면 보통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겪는 학업·사회성 개발 등 정상적인 발달과업 수행이 어려워진다. 직업 자체가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고 노동시장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윤 교수는 "대중문화예술계 연습생들이 처한 환경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며 "연습생들은 술·흡연·이성교제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고 아무런 보장 없이 무한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 연습생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많은 연습생이 몰려 1년에 3회로 제한을 둘 수밖에 없어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션에 참여한 조현섭 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1년에 3회기는 너무 적어 최소한 12회기까지는 늘어나야 한다"며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문제를 도와주는 건 결국 1대1 상담"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상담을 진행하면서 연극팀에서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니 다른 팀원들이 모두 자신한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멘붕'에 빠지더라"며 "자살자 주변 지인들이 유사한 행동을 보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션에서는 대중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정신건강 컨트롤타워이자 지원센터로서 '마음건강센터' 설립, 기획사 내·외부 심리지원 시스템 의무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윤 교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신건강 문제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좀 더 심도깊게 바라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처럼 정신건강도 방역이라는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할 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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