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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돈으로 책 1만권 구입한 ‘독서왕’ 도둑

5년 동안 빈 사무실을 털어 손에 쥔 돈으로 책 1만권을 사 본 ‘독서왕’ 도둑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5년 동안 빈 사무실을 털어 손에 쥔 돈으로 책 1만권을 사 본 '독서왕' 도둑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10년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드라이버로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304곳에서 현금 등 1억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윤모(50)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추적을 피하고자 폐쇄회로(CC)TV나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은 상점·주택 대신 점심시간이나 야간시간대의 빈 사무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범행 몇 시간 전에는 사전 답사를 통해 사설 방범 시설이나 CCTV가 없는 사무실만 골라 범행했다.

 

되팔아야 해 추적당하기 쉬운 물건을 훔치는 대신 대부분 현금만 훔치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윤씨는 2009년 8월 서울 강남구의 3층 사무실을 털던 중 사람이 들어오자 바깥 창문에 매달렸다가 떨어져 검거된 전력이 있다.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는 당시 골절상을 입어 변변한 일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 탓에 이듬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범행에 다시 손을 댔다고 진술했다.

 

용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5년 간이나 범행을 이어온 윤씨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수배 전단지가 길거리에 붙은 것을 보고 다시 서울에 올라왔다.

 

경찰은 윤씨가 지난달과 이달 초 범행한 서초구 소재 사무실 인근의 CCTV 수백개를 확인한 끝에 이달 5일 종로구 낙원동의 여관에서 그를 체포했다.

 

독서가 취미인 윤씨는 훔친 돈으로 생활비 이외에도 범죄 소설과 대도의 자서전, 일반소설 등 책 1만여권을 구입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그가 검거 당시 묵은 여관에서도 범죄 관련 도서 3∼4권이 발견됐다.

 

특별한 직업 없이 여관을 전전하며 살아온 윤씨는 구입한 책 대부분을 읽고 버렸지만, 부산의 한 도서관에는 수백권을 기증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자주 들르는 시내의 대형 서점 직원이 자신을 알아볼 정도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관련 책을 읽으면서 추적을 피하는 방법을 많이 연구한 것 같다"며 "검거됐을 때 형사들에게 '어떻게 나를 찾았냐'는 질문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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