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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시대는 끝났다"···윤김지영 교수가 '여혐 논란' 기안84에게 남긴 말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교수가 만화가 기안84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인사이트MBC '백분토론'


[인사이트] 이원석 기자 =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교수가 만화가 기안84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난 13일 윤김지영 교수는 자신의 SNS에 여성혐오 지적을 받고 사과문을 올린 기안84를 향한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을 통해 여성혐오적 스토리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김교수는 "젊은 몸을 자원 삼아 손쉽게 살아가는 김치녀와 보슬아치에 대한 망상/환상에 기초해 웹툰을 생산해내는 기안84의 세계관은 2010년대 초, 일베가 탄생하던 그 시점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질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이어 여자가 남사 상사와의 성관계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현재 이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조롱이자 직접적 공격이며 여성 혐오의 집약적 코드"라고 말했다.


이어 "일베가 탄생했던 2010년대 초에는 기안84의 감성이 통했는지 몰라도 지금 여기는 2020년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시대정신으로 체화하여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새로운 시점이다"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윤김교수는 "빛바랜 여성혐오 코드를 재미와 유머로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던 지난 시대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이여, 그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라고 기안84를 향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인사이트MBC '나 혼자 산다'


한편 기안84는 최근 '여혐'(여성 혐오) 논란 등에 휩싸인 바 있다.


그가 지난 11일 네이버 웹툰에 공개한 '복학왕' 304회에서 여성캐릭터 봉지은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와 함께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를 본 40대 노총각 팀장이 봉지은을 채용하고, 웹툰 말미에는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가 됐다.


해당 내용을 본 독자들은 봉지은이 인턴에서 정사원이 된 이유가 40대 노총각 팀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비친다며, 여성을 무능하게 그린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했고 문제가 된 내용은 일부 수정됐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에 기안84는 13일 웹툰 '복학왕' 하단 이미지에 사과문을 추가했다. 그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인사이트네이버 웹툰 '복학왕'


다음은 윤김지영 교수가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젊은 몸을 자원삼아 손쉽게 살아가는 김치녀와 보슬아치에 대한 망상/환상에 기초해 웹툰을 생산해내는 기안84의 세계관은 2010년대 초, 일베가 탄생하던 그 시점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질 못했다.


20살 넘게 차이 나는 남자상사와의 성관계로 무능력한 여성이 취업에 단박에 성공했다는 스토리야말로 현재 이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한 조롱이자 직접적 공격이며 여성혐오의 집약적 코드이다.


일베가 탄생했던 2010년대 초에는 기안84의 감성이 통했는지 몰라도 지금 여기는 2020년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시대정신으로 체화하여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새로운 시점이다.


빛바랜 여성혐오 코드를 재미와 유머로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던 지난 시대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이여,


그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아무리 고스펙 여성도 채용 단계에서부터 면접점수 조작으로 인해 각종 공기업과 금융업계에서 고용 성차별을 당하고 있음이 뉴스에서 여러차례 밝혀져도 기안84의 세계관은 김치녀 망상을 내려놓질 못한다.


이 웹툰이 악의적인 것은 고용 성차별, 임금 성차별의 문제는 물론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의 엄혹한 현실을 자신의 몸과 젊음을 앞세워온 여성이 모두 다 만들어낸 것이라는 책임전가에 있으며 구조적 불평등의 현실은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