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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들 “젊은 세대가 과거 기억했으면”

지난 5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특별귀화 대상자로 한국을 찾았다.

via KBS2 '경성스캔들'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할아버지의 소원은 자유, 자유로운 나라에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네요."

 

무장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김경천 장군의 손녀 옐레나(54)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옐레나씨는 법무부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시행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귀화 대상자로 한국을 찾았다. 

 

그를 비롯한 김경천 장군의 후손 7명, '헤이그 특사' 이위종 지사의 후손 3명, 이인 초대 법무부 장관의 후손 1명은 12일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한국 국적을 갖게 된다.

 

이들은 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기념관을 둘러보며 선조의 희생을 되새겼다. 

 

김경천 장군은 항일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던 만주와 연해주에서 무장 항일투쟁을 이끌어 '백마 탄 김 장군'으로 불렸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그의 항일투쟁 경력과 이미지를 도용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옐레나씨는 "군인 정신을 유독 강조하셨다. 특히 나폴레옹 전기를 읽고 군인이 되기로 하셨다는 말씀이 기억난다"며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나란히 의사가 돼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있지만 옐레나씨 자매는 강제이주와 배고픔을 견딘 할아버지 세대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었다. 

 

옐레나씨는 "할머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할 때 5명의 자녀를 홀로 키웠다고 한다"고 전했다. 

 

옐레나씨의 동생 갈리나(52)씨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면서 "젊은 세대도 과거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변론을 무료로 맡아 독립운동을 지원한 이인 초대 법무부 장관의 손자 이준(50)씨는 변호사로 성장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한국 로펌에서 20년간 일했다. 프랑스로 돌아간 지금도 한국을 자주 오가며 한국어도 유창하다.

 

이 변호사는 "국적수여 행사를 몇 달 전부터 기다려왔다"며 "인생의 커다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어릴 때는 막연하게 할아버지가 큰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커가면서 '나라가 없어졌을 때 얼마나 용감하게 싸우고 고생하셨을까' 싶다"며 "할아버지가 저희를 지켜주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적 취득을 계기로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는 그는 "한국 국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며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국적 취득자 중 최고령인 이위종 지사의 외손녀 류드밀라(79)씨는 이날 행사장에서 안중근 의사와 함께 '동의회' 활동을 한 할아버지의 사진을 발견하자 "집에 걸려 있는 것"이라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참 사진을 바라보다 가족과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위종 지사는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으로, 당시 만국평화회의에 제출할 장서를 번역하고 회의에 참석해 을사늑약의 강제성과 일본의 침략상을 밝힌 인물이다.

 

류드밀라씨는 "지금 저희는 러시아에 살고 있지만, 할아버지는 자손과 자손의 자손들이 한국인으로 살기를 원하셨을 것 같다"며 국적 획득을 자랑스러워했다.

 

역사학 박사인 이 지사의 외증손녀 율리아 씨는 "자랑스러운 선조가 계시기 때문에 한국 역사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했다"면서 "사람들에게 역사를 알리는 것이 바른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기술이나 산업 쪽에 치우친 것 같다"며 "정보를 더 전달해 문화와 전통을 많이 알렸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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