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2020년 7월 19일, 오늘은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입니다"
19일 대한민국 국가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를 기리는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이 게시물에서 보훈처는 故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고 '박사'라고 언급했다.
통상 사람을 부를 때는 가장 높았던 직함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인데, 대통령이라 하지 않고 박사라고 부른 것을 두고 말이 나오고 있다.
건국을 위해 힘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단순히 박사로만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격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Facebook '대한민국 국가보훈처'
박사로 규정한 것은 건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해당 게시물의 댓글에 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은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정확히 '전 대통령'이라고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가 기관이면 용어 하나를 쓰더라도 정확하고 세심하게 써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실제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하기는 했지만, 전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건국 대통령이라는 업적은 칭송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1919년 미국 제1차 한인회의에 참석하며 독립운동을 했었다. / 국가보훈처
1965년 7월 19일 서거했을 때도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국민장(葬)'을 제의했었다.
유족이 원하지 않았기에 성사되지 않았지만 당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던 박정희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을 '초대 대통령'으로 예우했다.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전 대통령으로 규정돼왔다. 이러한 기조는 민주 정부인 국민의정부(故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와 참여정부(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기조는 그대로였다.
19대 대선 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는 당시 문재인 후보(現 대통령) / 뉴스1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선 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 참배하는 이해찬 대표 / 뉴스1
그런데 오늘 보훈처는 갑자기 이 전 대통령을 '이승만 박사'라고만 언급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균형 있는 보훈이라고 하는데 지금 행위는 '국민 분열'을 부르는 행위다"라며 "국민 통합 같은 소리 하기 전에 행동을 똑바로 하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이승만 박사', '리 박사'로 가장 많이 불렸다는 점과 이 전 대통령이 수학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동상에 '이승만 박사(1875~1965)'로 소개된 점을 들며 일부러 격하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 뉴스1
뉴스1
한편 故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1~3대 대통령을 지냈으며, 초대 국회의장도 지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뒤 4·19 혁명이 일어나자 책임을 지고 대통령에서 하야했다.
이후 미국 하와이로 망명해 여생을 보냈으며, 1965년 7월 19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시신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건국 대통령이라는 찬사와 6·25 전쟁 당시 나라를 버린 뒤 재임 기간 때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