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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빵 때린 학부모 밀쳐 고소 당한 강사에게 '정당방위' 인정한 판사가 한 말

한 법관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어색한 관행을 놓고 '후진적 법률문화'라고 꼬집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정당방위를 더욱 폭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맞았다고 반격했다간 손해만 보게 되는 세태를 놓고 한 법관이 일침을 날렸다. 정당방위가 잘 인정되지 않는 관행에 대해서는 '후진적 법률 문화'라고도 했다.


최근 대전지법 구창모 부장판사는 학부모와 몸싸움을 벌여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2일 서구에 있는 한 학원에서 학부모와 몸싸움을 했다. 학부모는 이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고소했었다.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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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증거를 살핀 구 판사는 "A씨는 학부모가 손을 높이 들어올리자, 밀쳐냈다. 이 완력을 폭행으로 인식한 학부모가 A씨의 머리채를 잡았고, A씨는 발버둥 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리채를 잡힌 A씨가 저항하는 과정에 있었던 만큼 그에게 상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상해죄 보호법익인 신체의 완전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상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부당한 공격을 받으면 정당방위가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피고인을 때리려 하거나 머리채를 잡아 흔든 것은 명확한 침해행위이기에 A씨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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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으라'는 말이 마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며 "지극히 후진적이고 참담한 법률문화 단면이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상대방이 머리채를 잡건 어찌하건 국가 또는 법이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 아무 저항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형법 21조 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판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되고 70여년간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2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