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4년 전 오늘(28일), 19살 김군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달리는 열차에 치여 숨진 19살 김군의 4주기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구의역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민준기 기자 = "거기선 라면 먹지 말고 밥먹어. 미안해. 행복해. 미안해."


4년 전 오늘(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9살 김군은 달리는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소속이던 김군은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계약조건에 따라 급히 구의역으로 향했다.


이미 다른 역 정비까지 해야 했기에 김군에게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가 고작이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구의역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김군의 4주기를 추모하는 승객들이 남긴 메시지 / 뉴스1


김군은 구의역에 도착해 수리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수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극악의 근무 환경에서 원칙은 무시됐다.


19살 김군의 가방에서 발견된 유품에는 '컵라면'이 있었다. 밥 먹을 시간을 쪼개가면서 근무할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단상이었다.


김군은 노동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위험의 외주화'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참혹했던 사건이 벌어진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사이트김군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남긴 샌드위치 / 뉴스1


스크린도어 정비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전히 짧고 2인 1조의 원칙은 서류상에서만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지하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9일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로 노동자 38명이 숨졌다. 역시 안전이 문제였다.


사건이 일어난 지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가고 있다.


잠깐이라도 좋다. 우리의 친구였던 그리고 우리의 동료였던 이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자.


허술한 제도와 안전과 거리가 먼 노동환경은 또 다른 참사를 야기할 뿐이다. 그다음 희생자가 우리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