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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사랑하는 사람 잃으면 슬픔 '2.5배' 더 오래간다

병에 걸려 죽는 것처럼 예상된 상실보다 사고나 자살 등 갑작스러운 죽음이 훨씬 큰 트라우마로 남아 회복하는데 더 오래 걸린다.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수은 기자 =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물며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온 죽음으로 이별을 직면하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


2020년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는 많은 이들을 갑작스러운 이별의 문턱으로 내몰았다.


모든 사별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코로나19 사태 처럼 주변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예상된 상실보다 훨씬 큰 트라우마로 남아 회복하는 데 더욱 오래 걸린다.


노르웨이 폭력 및 외상성 스트레스 연구 센터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병에 걸려 숨진 것보다 사고나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갑작스러운 상실이 훨씬 높은 확률로 트라우마를 남긴다.


인사이트KBS2 '최고다 이순신'


인사이트tvN '나의 아저씨'


논문에서는 갑작스러운 상실이 더 힘든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즉시 적절한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상된 상실에 비해 갑작스러운 상실이 닥친 상황에는 주변 사람들이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또 자신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갑작스러운 사별을 겪은 사람들 10명 중 6명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나 위로가 별로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실례가 되는 이야기들이었다고 응답했다.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더 큰 지장을 겪기 마련이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학교나 직장 등 일상에 돌아가는 순간부터 세상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하고 세상과 분리된 듯한 느낌을 더 크게 받는다. 


인사이트KBS2 '프로듀사'


갑작스러운 상실(사별) 중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의한 상실은 충격과 슬픔이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사별보다 자살로 인한 사별이 회복하는데 2년 정도 더 오래 걸렸다는 보고도 있었다.


보통 사별 후 6개월 안에 슬픔이 많이 수그러드는 데 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1년 후에도 슬픔이 크게 줄지 않았고 평균 2.5년(2년 6개월) 정도 지나서 원래의 안정적인 감정 상태를 회복했다고 한다


인간은 보통 충격적인 일을 겪어도 여기에서 어떤 인과 결과에 따른 의미를 발견하면 충격이 수그러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갑작스러운 사별의 경우에는 상황에 대한 마땅한 설명이나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더 어렵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실의 충격이 사그라드는 편이지만 반대로 1년 후 충격이 되려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 채로 마비되었다가 충격이 나중에 찾아오는 것.


이 경우 혼자 슬픔을 느끼는 타이밍이 늦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이를 잊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얻는 것이 더 어렵다. 뒤늦게 찾아온 슬픔은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한다.


죽음에서 비롯된 슬픔뿐만 아니라 죄책감, 홀로 남겨져 버려졌다는 외로움, 원망 등 에너지 소모가 심한 감정과 사고 과정들이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정서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다른 형태의 상실에 비해 더 오래 트라우마로 남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gettyimagesBank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상실로 찾아오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서던 미시시피 대학교 연구진에 의하면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고 하루에 15분씩 4일 정도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써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불안이 빨리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히 서술하되 문법이나 맞춤법, 논리적인지와 같은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15분간 멈추지 말고 자유롭게 쓰되 가급적 자세하게 쓰고 썼던 것을 계속 반복해서 쓰는 것도 좋다고 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또 남은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상실감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이별에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되 홀로 감당하기 너무 큰 상실감이 느껴진다면 글로서, 또 말로서 슬픔을 조금이라도 털어내야겠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