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가난한 이웃 도와주라"며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6천만원 훔친 '파렴치한' 절도범

인사이트2014년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 뉴스1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해마다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와 거액의 성금을 두고 떠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몰래 나타나 따뜻함을 선무랗고 홀연히 떠난 천사. 그런데 이 성금을 훔쳐 달아난 파렴치한 절도범들이 있다.


지난 30일 전주완산경찰서는 "피의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매년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기를 예상해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잠복했다가 범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특수절도 혐의로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A(35) 씨와 B(34) 씨를 각각 검거했다.


인사이트2013년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 뉴스1


이들은 오후 7시께 사건 관할지인 전주완산경찰서로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고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천만 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돈이 든 상자를 두고 떠나자 바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피의자 중 1명이 유튜브를 보고 다른 1명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 같다. 돈이 필요해서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들이 2∼3일 전부터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차를 주차하고 얼굴 없는 천사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2015년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 뉴스1


앞서 노송동주민센터는 오전 10시께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돈 상자를 찾지 못하자 오전 10시 37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CCTV로 추적해 범행 4시간 30여 분 만에 이들을 긴급 체포했다.


검거 당시 용의자들은 성금 6천만 원을 쓰지 않고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금은 오만원권 1,200장에다 동전이 든 저금통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000원을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1억 원 상당을 기부하며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20차례에 걸쳐 두고 간 성금은 6억 834만 660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