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과다출혈'로 죽은 아들의 CCTV 영상 500번 돌려본 엄마

인사이트바닥에 쏟아진 권대희씨 피를 대걸레질 하는 간호조무사 / MBC 'PD수첩'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수술실에 CCTV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을 받다 숨진 권대희(당시 25)씨의 사건이 계기가 돼 발의됐다.


이런 가운데 권대희씨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친 엄마의 집념과 모성애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권씨의 모친인 이나금씨는 여전히 법안의 통과를 위해 홀로 분투하고 있다.


사건은 이씨가 수술실의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입수해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드러났다. 


그는 아들이 죽어가는 장면이 담긴 수술실 CCTV 영상만 500번을 넘게 들여다보면서 정밀하게 분석했다.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내는 아들을 보는 게 너무도 힘들었지만, 참아야만 했다. 여러 차례 기겁했고, 고통스러워도 그는 꾸역꾸역 영상을 봤다.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PD수첩'


7월 방영된 MBC 'PD수첩' 등에 따르면 여러 차례 CCTV를 분석한 이씨는 이날 아들을 사망케 한 건 유령 수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CCTV에 드러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정황 때문이다.


집도의는 오랫동안 수술실을 비웠고, 간호조무사는 피를 쏟고 있는 권씨를 두고 메이크업을 고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대걸레를 사용해 바닥에 흥건한 피를 닦기도 했다.


총 7시간 18분 수술 도중 집도의가 수술실을 비운 시간은 5시간, 마취의가 수술실을 비운 시간은 3시간 33분 정도였다. 피를 닦기 위한 대걸레질은 13차례 이뤄졌다.


이날 혈액량의 3분의 2인 3,500cc를 쏟아낸 권씨는 결국 25번째 생일을 3주 남짓 남긴 2016년 9월 8일 뇌사를 판정받았고, 49일 뒤 끝내 사망했다.


인사이트피를 쏟고 있는 권대희씨를 두고 휴대폰을 하는 간호조무사 /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이씨는 "나는 우리 애가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까지 다 봤다"며 "처음에는 CCTV를 무섭고 고통스러워 못 봤다. 하지만 이 정도 분석을 만들어내려고 500번 넘게 영상을 봤다"고 털어놨다.


권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많은 파장을 낳았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권대희법을 발의했지만, 하루 새 철회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절반인 의원 5명이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입장을 바꾼 탓이다. 가까스로 다시 인원을 끌어모아 재발의를 했지만,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현행법상 의료사고 소송에서는 환자 본인 혹은 그 유족이 병원의 책임소재를 입증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시 기록을 찾아야 하는데, 결정적인 방법의 하나가 CCTV 영상이다.


하지만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수술실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을뿐더러, 있더라도 영상 삭제에 대한 제한이 없어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으며, 민간병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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