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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에 남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해안경계부대로 강제 전출당해 목숨 끊은 군인

보직 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군인에 대해 공무상 사망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혜연 기자 = "해안경계초소로 가기 싫어요. 제발 바꾸지 말아 주세요"


새로운 근무지 발령 통보에 이렇듯 간절히 애원했지만, 강제로 전출당한 군인이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보직 변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공무상 사망'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사 A씨는 지난 2017년 3월 해안경계초소의 부소초장으로 발령받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리고 한 달 뒤 근무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적성에 맞지 않는 보직에 발령돼 심각한 좌절감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A씨 사망에 대해 순직 결정이 나자 유족연금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A씨의 개인적 채무를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한 것. 그러나 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적응 장애가 발병하고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넉넉히 추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는 부소초장으로 임명되기 전에는 성실히 임무를 수행해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며 "부소초장으로 가기 싫다는 말을 수차례 했고, 소초에서는 강제 초과근무 등 때문에 여러 병사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피로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보직에 발령되는 데 대해 좌절감과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며 "누구라도 심각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는 다름 아닌 '부소초장으로서의 임무수행', 즉 공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와 인지저하는 A씨의 합리적인 판단과 긍정적인 심리 자원을 고갈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며 "이 또한 모두 공무에 기인한 것이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망이 전우 등에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다"라며 "그런 성품을 지닌 사람이 1900만 원 정도의 채무나 이를 갚기 위한 지출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의 유족이 유족연금 지급을 거부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