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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앞두고 자살하겠다는 재수생에게 유튜버 '소련여자'가 한글로 달아준 댓글

유튜버 소련여자가 수능 전 절망에 빠져 있는 수능 장수생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목표로 정해놓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수능을 몇 번이나 봤지만 성공하지 못한 '수능 장수생'이 있다.


몇 년 동안 계속 실패한 그는 이제 꿈을 이루는 상상보다는 처절하게 실패했을 때를 더 많이 떠올리고 있다.


11월 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는 편지를 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떠나려고, 세상을 등지려고 유서를 쓰고 있는 것이다.


편지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옮겨 적는 그를 상상하고 마음 아프지 않을 이가 있을까.


인사이트YouTube '소련여자 Soviet girl in Seoul'


그는 위로받고 싶었는지 자신이 가진 아픔을 유튜브 채널 '소련여자 Soviet girl in Seoul' 영상에 댓글로 달았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소련여자는 한글로 직접 댓글을 달았다. 그의 댓글은 번역기 한 번 돌리지 않고 정성 들여 썼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나는 너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 못 할지도 몰라. 수능 한 번 안친 내가 하는 말이 너를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건 삶은 매우 귀중하다는 거야.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다'는 그 말은 나중에 인생을 더 살고 경험하고 느끼는 게 많아진 뒤 해도 늦지 않아"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수능 장수생이 혹여나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현실적이면서도 힘이 되는 말을 함께 전했다.


"세상에는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게 많아. 아름다운 것도 많지만, 그중에는 나쁜 것도 있어"


"나중에 살면서 너무나도 암담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지금 네가 써놓은 편지를 읽어. 그리고 네가 지금의 순간을 이겨냈다는 걸 기억해줘. 할 수 있을 거야!"


담담하지만 수능 장수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댓글에 너 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부산경찰'


평소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병맛'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던 소련여자가 진지하고 따스한 배려심을 보였다는 점도 찬사가 쏟아졌다.


지금껏 수능이 끝난 뒤 성적을 비관한 수험생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이 안 나온 적이 없었다. 심지어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망쳐 시험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소련여자의 말대로 그럼에도 삶은 매우 귀중하다. 어려움이 닥친다 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이겨내는 게 어떨까.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지난해 한 모의고사에서 쓰인 필적 확인문구다. 누구나 세상을 빛낼 수 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