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단독] 술취한 간부 말리다 '얼굴뼈' 부서지게 맞았지만 오히려 '구속'까지 당한 해병대 병장

간부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하고도 침묵을 강요받았다는 해병대의 한 병사가 외려 구속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간부에게 '전치 4주' 폭행을 당했지만, 침묵을 강요받았다는 해병대의 한 병사가 오히려 구속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사에게는 경미하지만 간부를 다치게 했고, 허위 주장을 펼쳐 군(軍)의 명예를 실추시킨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병사 측은 인사이트에 "너무나도 억울하다"고 끊임없이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2해병사단의 최모 병장은 상관을 폭행하고 허위 주장을 편 혐의로 구속됐다.


해병대사령부와 군검찰부 등을 종합하면 최 병장의 구속은 무고가 결정타였다. 앞서 그는 제1해병사단의 김모 하사에게 폭행 당했고, 몇몇 간부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인사이트폭행 당하고 3일 지난 최 병장 모습 / 사진 제공 = 최 병장 가족


폭행은 앞서 5월 18일 경기도 수원 시내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했다. 국방부가 주관한 한 태권도 대회에 출전하고자 4월부터 합숙해온 둘은 이날 오전 외출해 시내에서 술을 마셨다.


오후 3시쯤 최 병장은 음주가 지나치다는 판단 아래 노래방에서 잠시 쉬자고 부탁했지만, 김 하사는 개의치 않았다. 계속 2차를 나가자고 권유했고, 반대하는 최 병장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 하사를 말리던 최 병장은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김 하사에게 얼굴 등을 여러 차례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안와 골절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김 하사는 전치 2주의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김 하사 측은 최 병장이 먼저 가슴을 밀치고 욕설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물증이 없다. 한 명 있는 목격자의 진술 역시 계속 바뀌어 신뢰도가 낮다.


인사이트폭행사건 최초 신고자의 진술 / 사진 제공 = 최 병장 가족


김 하사는 최 병장을 폭행한 뒤 별다른 후속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피칠갑이 된 그를 업고 나와 한동안 서성였을 뿐, 병원에 이송하지는 않았다.


특이사항을 묻는 지휘관의 연락에도 '이상이 없다'는 취지의 답장을 하기도 했다.


최 병장은 인근에서 김 하사를 지켜보던 중학생이 경찰에 신고하고 나서야 겨우 병원에 이송될 수 있었다.


그러나 '병사'의 신분이었던 그는 병원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간단한 진료만 받은 뒤 김 하사가 거주하는 숙소로 다시 옮겨졌다. 


최 병장 측은 인사이트에 "김 하사와 일부 간부가 숙소에 나흘간 가두고 페트병에 소변을 보게 했다"고 말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 뒀다는 주장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이 과정에서 일부 간부가 폭행 사건을 은폐하고, 최 병장에게 침묵을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대회 코치인 김모 군무원이 아들의 얼굴이 상했다는 최 병장의 부모에게 거짓말을 한 정황도 있다.


최 병장 측에서 공개한 속기록을 종합하면 김 군무원은 "최 병장이 민간인을 폭행해 징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도 최 병장에게 사건을 확대하지 말아 달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군검찰은 최 병장 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합숙은 최 병장과 합의된 것이라는 김 하사의 주장만 받아들여 그에게 무고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병사의 말은 들어주지 않았다. 


인사이트해병대 일부 간부가 폭행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 / 사진 제공 = 최 병장 가족


더구나 군검찰은 김 하사는 최 병장이 구속되고 일주일이나 지난 지금껏 징계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 수사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해병대 사령부 측은 "상관에 대한 폭행은 이유를 불문하고 중대 범죄"라며 "최 병장의 구속은 당연한 처사다. 군검찰과 군사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최 병장의 아버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단 하루도 편히 잠든 날이 없었다. 대체 무슨 혐의가 특정됐다고 구속됐는지가 의문"이라며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최 병장 측은 4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 결정이 합당한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결과는 이르면 내일(6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