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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사귀고 '첫 섹스' 하기 전 동의한다는 녹음 하자고 해 불쾌했어요"

최근 성관계를 갖기 전 '동의 녹음'을 하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황후의 품격'


몇 달 전 꽤 잘생기고 키가 큰 남자와 달달한 썸을 시작했다. 틈이 나는 대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SNS에서도 조금씩 좋아요·하트를 누르고는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사진도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어떨 때는 새벽 2~3시까지 하기도 했다. 가끔은 영상통화도 했다.


마음에 확신이 쌓인 며칠 전, 썸 타던 남자는 내게 고백했다. 그날 1일이 됐다. 약 2주가 지나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맥주를 함께 마셨다.


살짝 취기가 올라 용기가 타오른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은근슬쩍 모텔로 향했다. 그 앞에서 서로의 얼굴이 마주쳤고, 동시에 눈빛을 주고받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격정적인 섹스를 기대했는데, 남친이 대뜸 '이 말'을 해 모든 게 어그러졌다.


"섹스하기 전에, 네가 '우리 성관계 하자'라고 하는 멘트 좀 녹음해줘"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위에 언급된 짤막한 사연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을 축약한 것이다.


해당 글을 올린 여성 A씨는 남친과의 뜨거운 첫 성관계를 위해 들어간 모텔에서 남친에게 이 말을 들었다고 한다.


"네가 허락했다는 멘트를 녹음해야겠어. 안 그러면 혹시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거든"이라고 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그 말과 함께 남친은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스마트폰으로 동시녹음까지 하려고 했다고 한다. 남친은 다른 데 쓰려는 게 아닌, 향후 자신이 '성폭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사연은 A씨만 전한 게 아니었다. 최근 들어 남성들이 녹음기를 통해 관계 전 '허락' 멘트를 녹음한다는 이야기가 빈번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볼펜 형태의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며 여성과의 모든 관계에서 녹음을 일상화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의 변심으로 인해 성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 누리꾼은 "여성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무조건 녹음을 한다"면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성희롱 범죄자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남성들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여성들은 여성들대로 이러한 남성들의 행동이 두렵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소 녹음기를 생활화하는 사람이 몰래 관계할 때 녹음기를 틀어 향후 협박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성행위 상황을 녹음하는 경우에는 별도 처벌 규정이 없다. 통신비밀보호법도 당사자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


이에 남성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회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무분별한 성행위 녹음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