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4일(토)

'간장계 문익점' 맛있는 간장 선보이겠다며 코에 '곰팡이' 숨겨온 故 오경환 샘표 부사장

인사이트故 오경환 전 샘표식품 부사장 / 샘표식품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오로지 맛있는 간장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코 안에 '곰팡이'까지 숨겨온 인물이 있다. 


40여 년간 간장 제조 외길을 걸었던 故 오경환 전 샘표식품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오 전 부사장은 지난 1978년 샘표 이천공장 공장장으로 입사한 이후 질과 맛을 모두 충족하는 간장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간장에 대한 오 전 부사장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86년 일본 유명 간장 제조 기업 '야마사'를 방문한 그는 야마사가 간장을 만드는 비법이 너무 궁금했다. 당시 일본 간장 기업의 제조 기술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 전 부사장은 그중에서도 메주를 발효시킬 때 야마사가 어떠한 곰팡이를 이용하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그러나 메주를 띄우는 방에는 견학이 허용되지 않았다. 간장 제조 기업만의 '영업 기밀'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전 부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간장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내비치며 야마사에 제국실 견학을 간곡히 요청했다. 


결국 야마사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그에게 견학을 허가했다. 


인사이트샘표식품


오 전 부사장은 바로 여기서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제국실에 들어간 후 기지를 발휘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의 씨앗 '포자'를 코 안에 담기 위해서였다. 


제국실에서 수차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에는 밖으로 나와 곧장 휴지에 코를 풀었다. 그리고 코 푼 휴지를 소중히 지닌 채 한국으로 돌아와 성분 분석에 나섰다. 


오 전 부사장은 이러한 신박한 방법으로 야마사가 어떤 곰팡이를 이용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고, 샘표식품을 국내 최대의 발효 식품 회사로 성장시켰다. 


후에 이러한 일화가 조명되자 사람들은 그에게 '간장계의 문익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한국인에게 '맛있는 간장'을 먹이기 위해 지독하게 간장 외길 인생을 걸어간 오경환 전 부사장. 그는 지난 2월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발자취는 한국 간장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