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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제 부모님 직업을 알고난 뒤 말투가 갑자기 차가워졌어요"

아버지는 아들의 학교에서 부모의 직업을 알아 오라는 숙제를 낸 것을 보고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아빠! 담임 선생님이 아빠 직업 알아오라는데 왜 그런 거야?"


아빠는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받아온 숙제를 펼쳐보고 충격을 받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학교에서 부모의 직업을 물어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던 것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들이 숙제라고 학교에서 받아온 종이 보자마자 찢을 뻔했습니다"란 제목의 사연 글이 게재됐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 A씨는 며칠 전 아들에게서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직업체험보고서'라는 제목의 이 종이에는 '인터뷰 내용'이라는 항목에 다수의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부모의 '직업'을 묻는 질문부터 '직업 전망', '직업에 대한 만족도' 등의 질문이 보이고, 심지어 '월 평균소득' 같이 민감한 질문까지 나와 있다.


이는 명백한 '호구조사'나 다름없었다. 부모를 인터뷰하고 직업을 간접 체험해보라는 목적의 숙제였다지만 A씨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학교로 달려가 따지고 싶었으나 혹시라도 불이익이 찾아올까 걱정돼 하지 못했다. 동네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A씨는 결국 아들을 잠시 데려와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숙제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며칠 후 학교에 다녀온 아들은 대뜸 "선생님이 이제 나 싫어하나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뭐 물어보면 아빠처럼 잘 얘기해줬는데 요새는 듣지도 않아. 나 싫어하나 봐"라고 하소연했다.


당황한 A씨는 "그럴 리 없어. 요새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셔서 그럴 거야"라고 얘기했지만 아무래도 며칠 전 숙제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A씨는 "사회적으로 선입견이 있거나 소위 '블루칼라' 같이 잘 나가는 직업이 아니라면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며 "혹시라도 아이가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이라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A씨가 올린 이와 비슷한 사연들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온라인상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경기도 모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부모님의 월평균 소득과 보수, 만족도를 알아오라"는 내용의 과제를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고 진로 탐색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취지와 달리 "시대착오적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