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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창동 할머니 토스트 맛을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이유

할머니의 토스트에는 맛있는 냄새보다도 더욱 진한 사람 냄새가 풍긴다.

인사이트지난 2017년 TV프로그램에 소개된 박이순(84) 할머니 모습 / KBS2 '제보자들'


[인사이트] 김천 기자 = "왜 이렇게 싸게 파세요?"라는 물음에 돌아온 할머니의 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창동 할머니 토스트의 맛을 다른 토스트가 따라올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박이순(84) 할머니는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침 9시면 도로 한 귀퉁이에 놓인 허름한 파란색 컨테이너 가게의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2006년 창동에 자리를 잡은 후 매일 같은 아침, 같은 일의 반복이다.


인사이트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할머니는 아직도 하루하루가 매일 새롭다. 버스 지나다니는 소리, 왁자지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할머니가 일을 하는데 힘이 되는 원동력이다.


할머니는 계란 풀은 물을 달궈진 불판에 쏟아붓고 각종 채소를 올려 빈대떡처럼 크게 부친다.


계란이 부쳐질 동안엔 불판에 버터를 바르고 토스트 빵을 얹어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엄청난 크기의 계란 부침개와 설탕, 케첩이 조화를 이루는 토스트는 많은 사람의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인사이트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할머니는 오랜 시간 토스트 장사를 했지만 그동안 가격을 올린 건 몇 안 된다.


처음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인 2010년 1천원에서 1,300원으로 올렸고 얼마 뒤 채솟값이 크게 치솟아 1,500원으로 인상한 뒤 그 가격을 오래도록 유지했다.


그러던 최근에는 주변 상인들과 손님들이 가격을 올리라고 요청해 2천원으로 올렸다.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가게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할머니의 장사에 깊게 자리 잡은 장사 철학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사이트Instagram 'florrrr_r'


어느 날, 누군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할머니 왜 이렇게 싸게 파세요? 그렇게 팔면 남는 게 얼마나 있겠어요"


질문에 할머니는 인정이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장사하면 얼마나 하고, 가격 올려서 돈 벌어봐야 뭐해. 그냥 싸게 파는 거지. 조금만 주면 마음도 안 좋아. 난 그냥 사람 보는 게 좋아"


돈보다는 정성과 인심이 넉넉히 담긴 토스트를 전하는 게 행복이라는 할머니.


거리에 많은 토스트가 있지만 사람들이 할머니의 토스트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할머니의 토스트에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