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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왕따' 당하던 친구 떠올리며 쓴 글 직접 낭독한 유아인

배우 유아인이 중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를 생각하며 쓴 글을 방송에서 낭독해 감동을 안겼다.

인사이트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인사이트] 전현영 기자 = 배우 유아인이 '부끄러운 일'을 고백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삶이 조명됐다.


이날 출연자들은 윤동주 시에 담긴 '부끄러움'이라는 정서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유아인은 10여 년 전 쓴 글을 가져와 스튜디오에서 낭독했다.


인사이트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유아인이 쓴 글에는 그가 중학생 시절 겪었던 일을 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아인은 "학교 근처에는 대단지 임대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사는 키가 작고 눈에 띄게 까무잡잡한 애가 같은 반에 있었는데 뒷머리에 새집을 얹고 굳이 맨 앞줄에 앉아 매일같이 아이들의 비웃음을 샀다"며 한 친구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나는 애들과 어울려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다 힐끔힐끔 그 애를 쳐다보는 것으로 내 방조를 면책하고 위로했다. '나는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심지어 널 동정하고 걱정하기도 해' 모두에게 익숙하고 한가로운 시간이 그 아이에게 얼마나 끔찍했을지를 생각하면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을 누렸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그 애는 반에서 힘 좀 쓴다는 괴팍한 놈의 레슬링 상대가 되어 이리저리 쥐어 터지다가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며 친구가 겪은 고통을 솔직히 그려냈다.


인사이트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그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폭행이라는 게 맞을까. 무튼 녀석은 119를 부르기도 전에 그 애를 협박했고 반의 모든 애들이 가담해 그 일을 은폐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는 남았다. 필기를 대신 해주는 친구도, 밥을 떠먹여 주는 친구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다수에 속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유아인은 "이제 와서 내가 중학교 때 그 친구에게 내 방식대로 사과할 수 있다면 저 깊숙이 남은 그나마 영웅 심리 같은 것으로 소수에 파고 들어가 조금은 피곤한 삶의 짐을 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후회스러운 감정을 내비쳤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 그리고 이상적인 행동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아인의 마음은 이어지는 고백에 여실히 드러났다.


유아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성가신 일들은 나를 피해갔으면 좋겠고, 이게 현실인가보다. 지갑은 더 두둑했으면 좋겠고 더 비싼 옷을 입었으면 좋겠고 외식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뭐 하자는 짓거리인지 어쩌자는 세상인지 그런 건 모르는 게 낫겠고, 어쭙잖은 깨우침은 그냥 개나 주라지. 내가 쓰는 글의 반은 나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나마도 반의반은 삶의 저편으로 동떨어져 방구석만 어지럽힌다. 그런 것을 성숙이나 지혜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며 낭독을 마쳤다.


인사이트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


잔뜩 몰입해 듣던 방청객들은 유아인에게 박수를 보냈다.


유아인은 이어 따돌림당하는 친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자신의 부끄러운 경험을 고백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저는 왜 이렇게 서는 걸까요? 왜 이렇게 고백하는 걸까요? 내가 나를 버티고 싶어서, 나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그런데도 개선의 여지는 찾기 힘들고 나만 튀는 놈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바꿔보려고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Naver TV '도올아인 오방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