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남성은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기뻐할 여친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벤트를 준비했던 이 남성은 안타깝게도 속상한 기억만 남기게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친에게 어설픈 이벤트를 받은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31살 여성 A씨는 며칠 전 9개월가량 만난 4살 연하의 남자친구와 모텔에서 데이트하기로 했다.
서울 근교에 사는 A씨는 혼자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 갑자기 남자친구가 발목을 삐었다는 이유를 대며 예약해놓은 모텔로 알아서 찾아오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지도를 검색해보니 모텔까지 가는 길이 무척 복잡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아프다는 남친 걱정이 앞섰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무렵, A씨는 남친에게 방호수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남친은 "씻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시간을 미뤘다.
그때 A씨는 남친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이미 눈치를 챘으니 김이 새기도 했고, 기념일도 아닌 날에 왜 그런 것을 준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
밖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너무 추워 다시 전화를 걸자, 그제야 남친은 방으로 올라오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백년의 유산'
아니나 다를까 모텔방 문을 열자마자 줄줄이 세워진 촛불이 보였다. 바닥에는 촛불로 하트모양 길을 만들었고 침대에도 조화 장밋잎으로 하트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남친은 굳어있는 A씨의 표정을 읽지 못한 채 케잌을 들고 노래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A씨는 그저 짜증이 났다. 결국 싸늘해진 분위기에 노래를 끝까지 다 듣지도 못하고 상황은 종료됐다.
이후 A씨는 왜 깜짝 이벤트를 받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설명했다. 남친도 A씨 입장을 이해하는 듯했고 이날은 대화로 잘 풀려가나 싶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남친은 다시 그때 이야기를 꺼내며 "너에게 실망했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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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난감했다.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서운하다고 토로하는 그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또한 A씨의 남친은 A씨를 감사를 모르는 여자로 만들었다.
결국 또 다시 싸움이 시작된 A씨와 A씨의 남자친구.
A씨는 "남친의 마음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설펐던 자기 자신을 탓해야지 상대방에게 실망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나 같으면 평소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성의있게 했을 텐데, 노력에 비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이 아닌지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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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확연히 갈렸다. 대다수 누리꾼은 "기쁘게 해주려고 준비했는데 화까지 낼 일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서른 넘어서 모텔에서 그런 이벤트 해준다고 마냥 기분 좋을 여자는 없다"며 "전형적인 자기만족 수준의 이벤트"라고 남친을 질타했다.
이 상황에서 사실 누가 잘못했다고 섣불리 말하긴 어렵다. 남자를 만나러 혼자 2시간 거리를 달려오고도 한참을 기다린 여자와 다급한 마음으로 이벤트를 준비했을 남자.
이날 여자의 배려와 남자의 센스가 더해졌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