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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사장 분신 사건, 유명 건설업체 ‘갑질’ 논란

평택경찰서는 분신한 하청 건설사 사장 한모씨가 남긴 글에 각종 불공정행위를 당했으며 원청업체 관계자들에게 접대·상납을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어 이들 의혹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공사 현장에서 원청업체와 갈등을 빚던 하청 건설사 사장이 "갑의 횡포"를 주장하는 글을 남기고 분신한 사건과 관련, 경찰이 그 배경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평택경찰서는 분신한 하청 건설사 사장 한모(62)씨가 남긴 글에 각종 불공정행위를 당했으며 원청업체 관계자들에게 접대·상납을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어 이들 의혹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한씨는 A4용지 두 쪽 분량의 자필로 쓴 글에서 "갑의 횡포가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계약금과 실행금이 현실적으로 차이가 너무 크다. (이번 공사로)부채가 20억원에 이르게 됐다. 철저히 수사하여 찾아달라. 죽음으로 부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년 추석때 손실보전금 15억원을 요구했지만 갑의 협박과 압력으로 6억5천만원에 합의했다"며 "금년 구정에 연장계약 및 추가 공사비로 15억6천만원을 청구했지만 갑의 압력과 협박으로 7억5천만원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손실보전금은 하청업체가 시공 도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 원청업체로부터 계약금 외에 추가로 받는 보전금이다.

 

그는 "더이상 간접 살인하지 말라. 본인 하나로 끝나게 하라. 억울하다. 더 살고 싶다"고 적었다.

 

한씨는 또다른 A4용지에다가 "공사지출액 84억원. 수금 64억5천만원. 차액 20억원을 찾아달라"며 지출액 항목에서 "○○통장 76억원, 부가세 7억원, 접대 1억원. 상납 1억원" 등이라고 기록했다.

 

이 외에도 그가 남긴 글에는 자신에게 압력을 행사한 원청업체 관계자의 실명 등이 적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압력이나 횡포를 당했는지 등에 대해선 자세히 기록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접대와 상납'이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을 의미하는 건지, 원청업체로부터 어떤 압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분신사건의 배경에 어떤 불공정 관계가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한씨의 업체에 있던 근로자는 모두 4월 30일부로 퇴사한 것으로 돼 있어 해당 업체의 자금흐름에 대해 진술할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유서내용 중 아직 사실로 확인된 부분이 없어 내용을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다"며 "한씨 주장 가운데 상당부분은 민사적인 분야라 어느선까지 경찰이 개입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청업체인 A건설 한 관계자는 "한씨가 남긴 글의 내용은 전혀 알 지 못한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관련자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청사 입장에서도 공기를 못 맞추면 발주처에 민사상 배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달 들어 한씨측이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이달 초 한씨 측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당 공사가 계약금과 실행금간 차이가 많다는 주장에 대해선 2013년 상반기 전자입찰을 통해 하청계약이 체결된 거라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8일 오전 10시 5분께 평택시 팽성읍 동창리 미군부대(K-6) 내 차량정비시설 건설 현장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이 사고로 한씨와 불을 끄려던 A사 직원 조모(48)씨가 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한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차량정비시설 건설공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 5월 발주돼 올해 10월 준공 예정이었다.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청받은 한씨 업체가 아직 공정률 90%를 기록하고 있어 A사의 전체 공정률은 28%에 그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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