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통장' 카드로 계산하는데 카운터에서 자기가 산 것처럼 구는 남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예민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데이트 비용' 문제다. 이 때문에 일부 커플은 반반씩 부담하기 위해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데이트 비용을 해결하곤 한다.

그런데 반반씩 나누어 모은 데이트 통장의 돈을 쓰면서 상대방이 매번 생색을 낸다면 기분이 어떨까.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데이트 통장으로 생색내는 남친이랑 싸웠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글쓴이 A씨는 내년 졸업을 앞둔 24살 대학생이다. 1년 넘게 교제한 남자친구는 27살로 이번에 대학을 졸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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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석 달 전쯤 시작됐다. 남친이 자꾸 친구 커플 데이트통장 이야기를 꺼내더니만 결국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동아리 모임 하듯 회비를 넣는 방식의 데이트 통장에 호의적이지 않던 A씨는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남친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A씨는 끝내 알겠다고 했다.

그러자 남친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 명의의 여분 통장을 이용하자며 신나했고 그 모습에 A씨는 짜증이 났다.

그 뒤로는 더욱 가관이었다. 남친은 카드는 자신이 갖고 다니면서 매번 본인이 계산하고 그때마다 자기가 사는 것처럼 생색을 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잘 먹었어? 여기 맛있지? 다음에 또 오자"  

누가 봐도 자기가 선뜻 사주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그 행동이 너무 꼴 보기 싫었던 A씨는 계산대 앞에 서자마자 "오빠 데이트 통장 카드로 긁어. 우리 똑같이 반반 내는 그거"라고 꼬집었다.

그렇게 계산하고 나니 남친은 기분이 상했는지 "계산대 앞에서 사람 민망하게 왜 그러냐"며 성을 냈다.

이어 "데이트 통장이 합리적인 문화지만 남들 앞에서 그렇게 자랑할 건 아닌데(?) 네가 일부러 남들 앞에서 망신 주려고 그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돈은 같이 내면서 생색은 자기가 내고 싶고, 그게 안 되니 A씨에게 짜증 내는 것이 뻔했다. 너무 얄미웠다.

A씨는 한술 더 떠 "같이 돈 내는데 통장 명의도 오빠 거고, 통장·카드 모두 오빠가 가지고 있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그 카드는 나한테 줘야 공평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남친은 버럭버럭 화를 내곤 혼자 집에 쌩 가버렸다.

다음날 남친은 A씨에게 "내가 어제 화내고 그냥 집에 간 건 미안해. 하지만 너도 어려서 현명하지 못했던 건 인정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사연을 털어놓으며 A씨는 "허튼소리 하면서 이성적인 척하는 것도 짜증 나고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며 "내가 데이트 통장으로도 기 살려줘야 하냐"고 누리꾼들에게 물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선다방'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대부분 데이트 통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특히 한 누리꾼은 "남의 돈으로 허세부리고 자기 돈인 척 하는 사람치고 멀쩡한 놈 없다"며 "그런 찌질한 남자와는 당장 헤어지라"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데이트 비용 문제가 종종 다툼의 씨앗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미혼남녀 422명(남성 205명·여성 21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83.2%)이 데이트 비용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여성은 '상대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고만 해서(48.4%)', '수입이 같지 않은데 정확히 절반씩 부담하려고 해서(33.2%)', '상대방이 좀 더 내는 것에 너무 생색을 내서(9.2%)' 순으로 이유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