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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장남을 알래스카 '명태잡이배'에 태운 까닭

김재철 회장에게 엄한 교육을 받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인 1986년 미국 알래스카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선원'으로 탑승했다.

인사이트(좌)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뉴스1 (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사진 제공 = 한국투자금융지주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문장 중 하나다. 서자(庶子)인 홍길동은 아버지와 형을 각각 아버지라, 형이라 부르지 못했다.


조선시대에 살았던 서자는 '호부호형(呼父呼兄)'이 불가능했다. 홍길동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적자(嫡子) 형제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조선시대가 아닌 한국에서 '잠깐' 동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형제는 바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다.


인사이트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 동원그룹 블로그


특별한 '교육 철학' 가진 동원그룹 김재철 창업주김 회장이 '자식농사' 성공했다 평 받는 진짜 이유


14일 재계에 따르면 '동원참치'를 만든 동원그룹의 창업주 김재철 회장은 특별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원양어선에서 직접 참치를 잡아가며 '통조림 참치'를 대중화시킨 그는 '자식농사' 또한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가 자식을 훌륭하게 키웠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던 배경은 성실과 열정을 강조한 '엄한 교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참치잡이 어선을 타고 거센 파도와 힘겨루기를 하며 도전정신을 체득한 김재철 회장은 두 아들에게도 도전과 경험을 강조했다.


인사이트(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사진 제공 = 한국투자금융지주 


신분 숨기고 명태잡이배 선원생활한 김남구 한투 부회장부산 참치 캔 공장서 근로자로 일한 김남정 동원 부회장   


아버지 김재철 회장에게 엄한 교육을 받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인 1986년 미국 알래스카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선원'으로 탑승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하루 16시간씩 잡일을 도맡으며 6개월간 선원 생활을 했다. 자신이 동원그룹 회장의 아들이란 신분은 철저히 속인 채로 말이다.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도 신분을 숨긴 채 현장에서 일을 배웠다.


인사이트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 사진 제공 = 동원그룹


1996년 동원산업에 발을 디딘 김남정 부회장은 '말단 직원'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가 제일 먼저 투입된 곳은 부산에 소재한 '참치 캔 공장'이었다.


김남정 부회장은 생산직 근로자로 처음 일을 시작했지만, 아무도 그가 김재철 회장의 아들인 줄 몰랐다고 한다.


회사를 이끌려면 바닥부터 경험해야 한다는 아버지 교육 방침에 따라 두 아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인사이트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동원그룹


'금수저' 신분 숨기고 말단서 현장 경험 쌓아


이렇게 김재철 회장의 두 아들은 소위 '금수저'라 불리는 재벌가 자제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꽁꽁 숨기며 말단에서부터 차근차근 현장 경험을 쌓았다.


참치잡이 배에 탑승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부친처럼 두 아들 모두 몸으로 현장을 겪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누구보다 현장 경험을 혹독히 하며 커리어를 쌓은 두 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대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인사이트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 뉴스1


부친에게 '학구열'과 '교육열' 배운 김재철 회장


김재철 회장이 금쪽같은 두 아들에게 혹독한 교육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 '갬재철 평전: 파도를 헤쳐온 삶과 사업이야기'에 따르면 김재철 회장은 부친인 김경묵 선생에게 학구열과 교육열을 배웠다.


김 회장의 부친은 사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김 회장의 할아버지 시절에는 여유가 없어 제대로 아들을 공부시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이는 부친인 김경묵 선생의 한이 됐다.


김경묵 선생은 책을 달고 살았다. 틈만 나면 책을 봤다. 무엇이든 필요한 것은 배워서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는 태도가 몸에 밴 사람이 바로 김재철 회장의 부친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던가. 김재철 회장도 부친을 닮았다. 활자를 즐기는 습관부터 배운 뒤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것도 그의 부친을 닮은 부분이다.


인사이트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 동원그룹 블로그


김재철 회장 '배움의 자세' 그대로 물려받은 두 아들


부친에게 많은 것을 배운 김재철 회장은 두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배움을 전한 듯하다.


실제 김남구 부회장은 아버지가 경영에 대해 어떤 것을 가르쳤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경영을 맡았으나 잘하라는 훈계는 들어본 적 없다. 그냥 부모의 두 모습을 보고 자랐을 뿐이다."


바다를 누비며 원양어업에 뛰어들었다가 동원산업을 창업해 지금의 대형 기업을 만든 김재철 회장.


김 회장이 아직 경영에서 손을 놓진 않았지만 그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두 아들이 가져올 미래가 점점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