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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대인배' 가르침에 삼성家 용서하고 친구로 받아준 효성 조현준 회장

삼성 창업주와 효성 창업주가 옛날 동업자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조현준 회장이 오랜 친구 사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사이트(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사진제공 = 삼성전자, 효성그룹


동갑내기 절친으로 유명한 삼성 이재용과 효성 조현준경기초등학교 졸업과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동문 사이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재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오래 전부터 절친한 동갑내기 사이로 유명하다.


1968년생으로 올해 51세인 두 사람은 경기초등학교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을 졸업한 동문으로 어렸을 때부터 같이 공부해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창업주와 효성그룹 창업주가 옛날 '동업자'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 두 사람이 동갑내기 절친이라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도 그럴 것이 조현준 회장의 할아버지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를 배신한 '장본인'이 바로 이재용 부회장의 할아버지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사진제공 = 삼성그룹


창업주 할아버지 세대 때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도 '친형제'처럼 지낸 절친 사이


오죽했으면 조홍제 회장이 그룹 이름을 '효성(曉星)'이라고 지은 이유도 '이병철 회장의 삼성보다 밝게 빛나라'는 의미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과 조현준 회장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또 조현준 회장은 어떻게 할아버지를 배신한 삼성가 이재용 부회장과 절친이 된 걸까.


두 사람의 인연은 삼성그룹과 효성그룹 창업주인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효성 창업주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의 회고록 '나의 회고'에 따르면 오래 전부터 조홍제 회장은 5살 터울이었던 삼성 이병철 회장과 친형제처럼 지낸 사이였다고 한다.


인사이트(좌)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 (우) 효성그룹 창업주 故 조홍제 회장 / 사진 제공 = 삼성그룹, 효성그룹


오늘날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물산공사 동업자로 사업 시작사업 경험 많은 이병철 회장이 사장…조홍제 회장이 부사장


당시 이병철 회장의 친형인 이병각 씨와 조홍제 회장이 친구 사이였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의 인연은 이병각 씨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후 조홍제 회장으로부터 사업자금 1000만원을 융통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조홍제 회장은 오늘날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공사 동업자로 참여하게 된다.


사실 조홍제 회장이 이병철 회장보다 5살 많은 형이었다. 하지만 사업 경험을 놓고 비교했을 때 이병철 회장이 경험이 훨씬 많았다.


조홍제 회장은 회사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 사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병철 회장에게 사장직을 양보하고 자신은 부사장을 맡았다.


인사이트1983년 1월 효성그룹 신년 하례식 모습 / 사진제공 = 효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배신…동업 청산 요구·지분 갈등 심화결별 택한 조홍제 회장 이후 효성그룹 설립해 독립


두 사람의 동업은 갈등 없이 사이좋게 잘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은 지분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이병철 회장이 조홍제 회장에게 동업을 청산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분 정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문제가 커진 것이다. 


15년간 함께 해온 두 사람의 우정은 한순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이병철 회장의 배신에 조홍제 회장은 큰 상처를 입었고 치열한 갈등 끝에 결국 조홍제 회장은 이병철 회장과의 결별을 택했다.


대신 당시 부실기업으로 은행관리를 받고 있던 한국타이어와 한국나일론에, 삼성이 갖고 있던 주식 3분의 1을 받는 것으로 삼성을 떠났다.


인사이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조홍제 회장 "70년 살아오는 동안 가장 현명한 결단" 회고할아버지 때 인연이 손자 세대로 이어진 삼성과 효성의 운명


56세의 나이에 홀로서기 나선 조홍제 회장은 오늘날의 효성그룹을 창업했고 현재 국내외 44개 계열사를 거느린 굵직한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효성그룹은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이 태어난 지 100주년을 맞이한 2006년 일화집 '늦되고 어리석을지라도'를 펴냈는데 일화집에는 삼성 이병철 회장과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대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조홍제 회장은 이병철 회장과의 결별에 대해 "내가 70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수많은 결단 중에 가장 현명한 결단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현재 재계 26위 효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현준 회장이 삼성가에 대한 할아버지의 쓰라린 아픔을 모를 수는 없는 일.


인사이트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 사진제공 =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할아버지 '대인배' 가르침…악연 이재용과 절친서로 응원하며 선의의 경쟁 펼치고 있는 삼성-효성 오너 3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준 회장은 할아버지 조홍제 회장이 평소 강조한 '대인배' 가르침을 본받아 지금까지도 동갑내기인 이재용 부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경기초등학교를 다녔을 뿐만 아니라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동문이라는 공통 분모가 두 사람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


또 삼성그룹과 효성그룹이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해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할아버지 때의 일을 청산하고 이재용 부회장과의 우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조현준 회장의 모습은 결국 평소 '대인배'를 강조한 선대 회장의 가르침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