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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짜리 연구장비로 참기름 짠 나노연구원

나노바이오연구원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원장 명의로 명절용 선물로 돌렸다.

via TV조선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이 참기름은 시골 방앗간이 아닌 나노연구원의 25억원 짜리 초고가 장비에서 짜낸 100% 국산 참기름입니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 돌린 선물 포장지에 이 같은 문구를 써야 할 참기름이 멀쩡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에서 생산됐다.

 

전남도 산하 출연기관인 전남생물산업진흥원 나노바이오연구원(장성 소재) 원장 명의로 배달된 참기름에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사연이 담겼다.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특산 생물자원을 이용해 의약품, 식품 등을 개발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나노바이오연구원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원장 명의로 명절용 선물로 돌렸기 때문이다.

 

참기름을 짠 원료인 참깨는 연구비를 유용해 마련했다. 참깨 가격만도 6천200만원 어치.

 

참기름 생산에는 이모(59) 전 원장의 주도로 팀장, 연구원 등 14명이 가담했다.

 

전체 직원이 25명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직원이 참기름 생산에 달라붙은 셈이다.

 

더 가관인 것은 참기름을 짜낸 기계가 연구개발에 쓰여야 할 '초임계 추출기'라는 것이다.

 

기체와 액체의 성질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필요 요소를 추출하는 기기로 가격만 2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기기다.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는 천연 요소를 추출하고 단일 성분을 선택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진액만 생산하는 기계인 만큼 유별날 정도로 참기름이 고소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볶은 뒤 물리적 힘을 가해 기름을 짜내는 동네 방앗간에 비해 최첨단 장비가 이용된 참기름의 맛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참기름 생산은 2011년 추석부터 무려 4년간 계속됐다. 명절마다 참기름 300∼500병을 만들어 원장 명의로 선물을 돌렸다.

 

납품 업자한테 받은 오동나무 상자, 유리병은 참기름 포장에 쓰였다.

 

고품격 포장지에 최첨단 기기에서 나온 참기름까지 최고의 명절 선물인 셈이다.

 

명절을 앞두고 연구개발에 사용돼야 할 장비는 수일씩 동네 방앗간 역할을 하며 선물용 참기름을 생산에 동원됐다.

 

연구원들은 연구비를 유용해 마련한 참깨를 기자재를 납품받은 것으로 서류를 꾸미는 등 서류 조작까지 했다.

 

경찰은 이 전 원장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여기에 원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기자재 독점 납품을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뇌물까지 챙겼다.

 

일부 연구원은 동창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 허위견적서까지 동원했다.

 

독점 납품을 대가로 연구원들은 2011년부터 4년간 회식비 등 명목으로 현금 1천500만원, 700만원 상당의 노트북 등을 받기도 했다.

 

업자들로부터 받은 돈 일부는 인사 청탁 명목으로 원장에게까지 전달했고, 원장은 2011년부터 3년간 2천100만원을 받아 회식비, 경조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 출연기관인 전남생물산업진흥원에는 나노바이오연구원을 비롯해 6개 연구원이 운영되고 있다.  

 

생물산업진흥원에는 37억원이 출연됐고 산하 기관으로 2006년 발족한 나노바이오연구원의 올해 예산은 27억원에 이른다. 

 

김신웅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29일 "나노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에 연구장비와 인력을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돌릴 정도로 도적적 해이가 심각했다"며 "지자체 출연기관의 방만 경영에 대해 살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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