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 달인' 여경래·여경옥 쉐프가 시진핑의 술 '양하대곡'을 코스요리에 올린 이유
여경래·여경옥 형제가 테이블에 내놓은 술은 중국 3대 명주에 버금가는 맛을 자랑하면서도 주연이 아닌 조연을 자처하며 요리의 향미를 더욱 증진시켰다.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중식의 대가로 손꼽히는 이연복 셰프도 존경해 마지않는 중화요리 고수가 있다. 바로 여경래·여경옥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만든 요리는 거의 예술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중화요리 본 고장인 중국에서도 한국까지 날아와 먹을 정도로 말이다.
지난달 15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호텔월드의 중식당 '도림'에서는 중화요리 달인으로 불리는 여경래·여경옥 형제의 요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도 즐겨 마시는 술 양하대곡 페어링 행사 '여족여수(如足如手)'가 열렸다.
그간 서로 각기 다른 주방에서 무쇠웍(중화요리에 사용하는 요리도구)을 잡던 두 대가가 한 주방에서 한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든 것인 만큼 이번 콜라보는 극찬이 쏟아졌다.
이날 그들이 만든 코스 요리는 정갈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고법 불도장'부터 '어향소스 통전복', '광동식 활 바닷가재 찜', '양갈비', '기스탕면' 순으로 요리가 나왔다.
중국 요리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는 말이 있듯 코스마다 다른 술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모두 요리와 잘 어울리는 술이었다.
보통 중국 술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연태고량주와 이과두주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날 테이블에 등장한 술은 쑤주그룹이 생산한 양하대곡과 양하대곡 프리미엄 버전인 몽지람, 해지람, 천지람이었다.
특히 양하대곡은 애주가들에겐 시진핑 주석이 사랑하는 술로 거론되는 유명한 브랜드다.
사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20~30명의 고객들은 여경래·여경옥 셰프가 왜 이술을 꼽았는지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모두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3대 명주로 불리는 '마오타이', '수정방', '우량예'가 아닌 왜 양하대곡을 테이블에 올렸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들의 의문은 풀렸다. 이날 여 형제가 테이블에 내놓은 술은 중국 3대 명주에 버금가는 맛을 자랑하며 요리의 향미를 더욱 증진시켰다.
술이 지니고 있는 산뜻한 향과 깊은 풍미도 단연 독보적이었다. 잔에 양하대곡 몽지람, 해지람, 천지람을 따르자마자 시원하면서도 상쾌한 향이 코를 사로 잡았다.
맛 또한 일품이었다. 첫 한 모금부터 목 넘김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몽지람과 해지람, 천지람 모두 알코올 도수 40%를 훌쩍 웃도는 독주지만 전혀 도수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리와의 궁합도 돋보였다. 여 형제가 테이블에 함께 내놓은 술은 요리 본연의 맛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술이었다.
보통 중국 3대 백주가 테이블에 놓일 경우에는 그 테이블의 주인공은 요리가 아닌 '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3대 백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터라 그 테이블에선 술이 '메인'이 되고 요리는 들러리가 돼버리고 만다.
갑자기 감탄이 나왔다. 여 형제가 왜 양하대곡을 선택했는지 뒤늦게 감이 왔다.
맛은 중국 3대 백주에 버금가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착해 '주연'자리를 기꺼이 요리에게 내주는 술.
착한 가격으로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을 하지만 명품 조연의 역할을 하며 요리를 더욱 맛있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술이 바로 양하대곡, 몽지람, 천지람, 해지람이었던 것이다.
3대 백주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높은 퀄리티. 여 형제가 이 술을 내놓은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여 형제 안목에 경외를 표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이 술이야 말로 중국 술을 대표하는 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고급 중화요리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듯했다.
꼭 고급 요리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팔보채, 라조기, 탕수육과도 찰떡궁합을 자랑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근자에 양고기 전문점 등 중식당을 가면 양하대곡이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동행한 이와 맛있는 요리와 술을 즐기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취기 때문에 한껏 기분이 업된 상태에서 문밖을 나섰다.
그때 찬 바람이 두 볼을 스쳤다. 그리고 잠깐 뒤 볼까지 빨갛게 물들였던 술기운이 개운하게 날아갔다.
함께 간 이와 눈이 마주쳤다. 둘다 입에서 동시에 "술이 다 깨버렸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번 연말 자리에는 뻔한 술이 아닌 품격 있으면서도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양하대곡을 한번 추천해보고 싶다. '숙취'가 없다는 점이 아주 큰 메리트니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