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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해 일한 21살 막내딸이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사거리 횡단보도서 뺑소니 사고로 숨진 故 김경진씨의 가족들이 애타게 목격자를 찾고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故 김경진씨 유족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했던 21살 막내딸.


친언니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들떠있던 딸은 8차선 대로에서 뺑소니 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3일 밤 9시 10분께, 故 김경진(21)씨는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걸어서 집으로 오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사거리 횡단보도를 지날 무렵 검은색 차량의 돌진으로 경진씨는 18m가량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사고를 낸 차량은 그 길로 사고현장 수습도 없이 도망쳤다.


그사이 반대편 횡단보도에 있던 목격자와 좌회전을 하려던 차량 운전자가 신고해 경진씨는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러나 이미 사고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였던 경진씨는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두개골 골절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인사이트사고 발생 지역 / 사진 제공 = 故 김경진씨 유족 


중·고등학교 내내 회장할 만큼 밝고 명랑했던 동생  "동생 경진이는 법 없이도 살만큼 진짜 착한 아이였다"


경진씨의 하나뿐인 언니 김경민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동생을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언니는 불현듯 떠오른 동생 얼굴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언니는 "(경진이는) 중, 고등학교 내내 회장을 할 만큼 친구들과도 좋았고 선생님들에게도 예쁨 받았다. 장례식에 온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경진이는 '법 없이도 살 친구'라고 하더라"라며 울음을 삼켰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 자산운용에 취직한 경진씨는 회사에서도 신임 받는 동생이었다.


회사 직원들은 경진씨의 빈소를 3일내내 지킨 것은 물론 화장하는 곳까지 함께 했다. 그것만으로도 경진씨가 얼마나 성실히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가족들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2주 뒤 첫 해외여행 앞두고 머리한 날 뺑소니 사고언니와 주고 받은 카톡에 남은 건 여행준비로 들뜬 모습 뿐 


가족들이 가장 가슴 아픈 건 2주 뒤 예정돼 있던 첫 해외여행을 끝내 떠나지 못하고 경진씨가 눈을 감았다는 점이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경진씨는 언니와 함께 하는 이번 일본 여행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이미 비행기와 숙소까지 예약해둔 상황.


매일 언니와 여행준비로 카톡을 나누며 한껏 기대에 차있었다는 경진씨. 이날도 경진씨는 여행을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온 뒤였다.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경진씨 생각만 하면 가족들은 가슴 한편이 너무나 무거워진다.


언니 경민씨는 "부모님도 많이 힘들어하신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동생이 그러는 걸 바라지 않을 것 같아 기운을 내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 "가해차량 검은색 제네시스로 추정"제대로 된 CCTV 조차 없어 목격자가 가장 중요한 상황 


유족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사고 현장에 떨어져 있던 헤드라이트 조각 등을 분석해 가해차량을 검은색 제네시스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8차선 왕복도로이지만 제대로 된 CCTV가 없어 차량 번호조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


아직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현장에는 '뺑소니 사망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걸려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진씨의 억울한 사연이 올라오면서 블랙박스 등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제보자들이 종종 연락해오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경민씨는 "동생이 억울하게 가지 않도록 뺑소니범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8차선 도로였다. 여기에 제대로 된 CCTV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냐. 동생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나라에서 꼭 사각지대 없이 CCTV를 설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故 김경진씨 유족 


동생 경진씨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많은 정을 베풀었던 너를 많은 사람이 추억하고 그리워할거야" 


언니 경민씨는 이날 인사이트에 한 통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매년 4월만 되면 은사님을 찾아 인사드렸다는 동생 경진씨. 그런 경진씨를 가르친 한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편지였다.


"이 생에서의 삶은 길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정을 베풀었던 너를 많은 사람이 추억하고 그리워할 거다. 사랑한다. 잘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