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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에도 '폐지' 주우며 돈 모아 남몰래 4억 넘게 기부한 '전직 소방관'

77세 전직 소방관 임홍균 씨가 그간 담양에 돈 상자를 두고 사라졌던 '얼굴 없는 천사'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장학금으로 써 주세요"


출처 없는 수억원이 든 돈 상자가 잇따라 등장한 해가 있었다.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선물이었다. 팍팍한 세상에 감동을 선사했던 바로 이 주인공이 전직 소방관으로 확인됐다.


3일 뉴시스는 전직 소방관 임홍균(77) 씨의 이 같은 선행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씨는 30년 남짓 소방관으로 일한 뒤 20년 전 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소방 관련 자그마한 사업을 하면서 근검절약해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했다. 고물과 재활용품, 폐지까지 수거하며 적금을 부었다. 작은 봉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소방관 방화복을 벗은 지 꼬박 10년째 되던 지난 2009년, 임씨는 그렇게 모은 돈을 과일상자에 담아 군청 행정과로 보냈다.


상자와 함께 임씨는 '푸른 신호등처럼 살고 싶었지만, 적신호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제 문제가 해결돼 행동에 옮기게 됐다'라며 '소방대 5년 이상 자녀, 졸업 때까지 전액 지급해 달라'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상자 발신자는 가상 인물인 '김모 씨'로, 발신자 연락처는 아예 결번으로 남겼다.


이를 시작으로 이듬해 현금 200만원, 그다음 해인 2011년 현금 1억원을 모두 익명으로 기부한 임씨.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이후 크고 작은 기부와 봉사 활동을 이어오던 임씨의 숨은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때는 수년이 흘러서였다. 자식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실명이 노출된 것.


임씨가 9년간 기부한 돈은 모두 4억 900만원에 이른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 활동 등 드러난 봉사활동은 100여 차례에 달한다.


임씨는 오히려 "기부 사실이 본의 아니게 알려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아 예전같이 활동하기 쉽진 않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작은 봉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매체에 자신의 뜻을 전해 훈훈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