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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무시해?” 야밤에 쌍칼 들고 학생 위협한 30대

용의자 김씨는 양손에 날 길이 15㎝에 달하는 흉기를 쥐고 칼날을 맞부딪히며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댔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깡…깡…' '하하하'

 

지난 1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구로구의 한 공원 가로등 아래에서는 경쾌한 깡통 차는 소리와 젊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험 공부에 지친 인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7명이 깡통 차기 놀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던 것.

 

하지만 수험생들의 유희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으로 험악한 분위기에 빠졌다.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보험설계사 김모(38)씨가 학생들의 놀이에 불쑥 끼어들더니 다짜고짜 욕설을 시작했다.

 

"너희 중에 '짱'이 누구냐."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른의 '결투' 신청을 받은 학생들은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어느새 경쾌한 깡통 소리와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깊은 정적만이 공원을 가득 채웠다.

 

한 학생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우리가 나이가 몇인데 그런 게 있겠냐"고 말하자 김씨는 울컥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자리를 떴다.

 

학생들은 취객이 지나가다 시비를 건 것이겠거니 여기고 깡통 차기 놀이에 다시 집중했다.

 

'챙' '챙'

 

어느새 김씨가 돌아와 다시 학생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에 놀란 학생들이 김씨를 자세히 보자 그의 양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김씨는 양손에 날 길이 15㎝에 달하는 흉기를 쥐고 칼날을 맞부딪히며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댔다.

 

학생들은 혼비백산해 김씨를 피해 도망갔다.

 

다급한 112 신고를 받은 서울 구로경찰서는 순찰차 5대를 동원해 공원 인근을 수색해 10여분 만에 김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김씨가 휘두르던 '쌍칼'은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차 트렁크에 넣고 다닌 사은품인 식칼이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학생들이 싹수없게 쳐다봐서 홧김에 위협했을 뿐 찌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5일 "김씨가 술에 취해 아이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흉기로 위협한 것은 명백한 범죄인 만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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