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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초코파이가 '짝퉁' 롯데 쵸코파이를 이기기 위해 내놓은 '신의 한 수'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코파이를 선보인 오리온은 경쟁사 롯데가 출시한 초코파이를 이기기 위해 '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사이트오리온 초코파이 TVCF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국민 CM송. 사실 이 노래의 탄생에는 치열한 시장경쟁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74년, 군인들을 눈물짓게 하고 학생들의 당 충전을 책임지는 국민 간식 초코파이가 출시됐다.


故 이양구 전 동양그룹 회장은 주식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고단백, 고칼로리 과자를 만들고자 2년간 시행착오를 거쳤고 마침내 말랑한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코팅된 초코파이가 세상에 나왔다.


초코파이의 성공과 함께 오리온은 크게 성장했다. 그러자 경쟁사였던 롯데제과에서 1979년 맛과 모양, 이름까지 비슷한 '쵸코파이(현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인사이트오리온 초코파이 옛날 광고 / 오리온 초코파이 홈페이지


인사이트롯데 쵸코파이 광고 /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는 법. 오리온은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해 존재감을 강화할 만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情(정) 캠페인'이다. 초코파이 포장지 위에 로고처럼 박힌 '情'이라는 한자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정체성이 됐다.


'정'은 한국인의 대표 정서다. 정 캠페인을 실시하기 전까지 여느 과자들과 다름없는 광고를 하던 오리온은 1989년, 휴머니즘을 내세운 감동 광고로 이미지 메이킹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전 국민의 귀를 사로잡을 신의 한 수를 뒀다. 바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CM송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인사이트1989년도 광고 / 오리온 초코파이 홈페이지


작곡가 강승원 씨가 제작한 CM송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가사로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 국민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초코파이의 '원조'는 오리온으로 각인됐고 시장에서도 롯데보다 우위에 자리했지만 상표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에 1997년 오리온은 롯데제과의 상표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초코파이'라는 명칭은 하나의 브랜드 네임이라기보다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가리키는 단어라며 이를 일반 명사로 봤다.


인사이트


결국 오리온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초코파이' 대신 '情'을 상표로 등록했고 초코파이를 나누는 일은 곧 '정'을 나누는 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도 오리온 초코파이는 수많은 유사 제품들 중에서 원조로 인정받으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공략한 브랜드 전략과 중독성 있는 CM송으로 국민 간식의 자리를 지켜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