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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숨겨놓은 딸이 7년 만에 아줌마에서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데려온 딸에게 '진짜 엄마'가 되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있다. 혈육의 정이 무엇보다도 깊다는 것을 뜻하는 이 말은 100% 맞는 참된 명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때로는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지만 피를 나눈 사이 보다 더 끈끈한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편의 숨겨둔 아이를 데려와 7년간 가슴으로 키운 끝에 아이에게 '진짜 엄마'가 된 한 여인의 사연이 올라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결혼 9년차인 A씨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당시 결혼 2년 만에 남편에게 숨겨놓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여자 아이가 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남편의 전처는 A씨와 남편이 재혼한 사실을 알고는 시댁에 아이를 던져놓고 사라져버렸다.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남편의 숨겨둔 아이'란 존재는 무거운 돌이 되어 A씨의 가슴을 짓눌렀다. A씨는 그 동안의 결혼생활이 모두 사기로 느껴졌고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A씨는 차마 아이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시댁을 방문하게 된 A씨는 그 자리에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시댁에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의 모습이 어린 시절 남의 집에서 눈물 젖은 눈칫밥을 먹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와 닮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차마 외면할 수 없던 A씨는 그 날로 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A씨는 아이를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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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셋이 함께 산 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데려왔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이는 중학생이 됐고, A씨는 이제 막 20개월이 된 아들을 한 명 낳아 세 식구에서 네 식구가 됐다.


A씨는 누구보다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보살폈다.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을 때면 밖에 나가 기다렸고, 아이가 아플 때면 뜬눈으로 밤을 새며 곁을 지켰다.


또한 혹여나 아이가 눈치를 볼까봐 조심 또 조심했다. A씨 눈에 아이는 더 이상 남편과 그의 전처가 낳은 '남의 자식'이 아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내 자식'이었다.


그러나 A씨의 마음 한 편은 언제나 시렸다. 아이가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 번도 A씨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라고 불러주기만을 내심 기다렸던 A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이에게 "엄마라고 불러줄 수 없냐"고 넌지시 말을 건넸지만 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섭섭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A씨는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는 "그래, 기다릴게. 엄마는 항상 여기서 기다릴게"라며 같은 자리에서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것을 아이에게 약속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평상시처럼 아이들과 밥을 먹은 뒤 뒷정리를 하려고 일어난 A씨는 그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엄마, 설거지는 내가 할게요"


7년의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진짜 엄마'와 '딸'이 된 순간이었다. 딸은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A씨에게 결국 마음을 열었다. 


'엄마'라는 말을 너무나도 절실히 기다려왔던 A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자신이 눈물을 보이면 용기를 낸 딸이 놀랄까 싶어 "고맙다"고 말하고는 재빨리 방으로 도망쳤다.


기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던 A씨는 다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흥분한 A씨의 목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나와 딸의 귓가에까지 들렸다.


딸은 통화를 마치고 나온 A씨를 꼭 끌어안고는 "엄마 고마워요. 앞으론 내가 정말 잘 할게요"라고 말하곤 부끄럽다는 듯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모두 싹 씻겨나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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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딸이 자신에게 곁을 내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벅차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한참을 울었다.


다른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에 투정하고 반항하는 것과 달리 딸이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것만 같아 A씨는 딸이 기특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했다.


이렇듯 네 식구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엄마라고 불러라"라며 성급히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준 A씨의 진심이 딸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A씨의 사연은 새엄마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하거나 아이를 낳았지만 방관하는 친엄마의 이야기가 흔한 일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 진정한 모성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아이를 품은 끝에 비로소 '아줌마'에서 '엄마'가 된 A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