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고등학생 10명 중 3명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성희롱 당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치마 길이 확인한다면서 교복 들췄어요"


교사의 성폭력 정황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등학생 10명 중 3명이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생 1014명 중 27.7%가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직접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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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주로 교사가 복장을 지도하는 상황에서 성적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복장 상태를 지적하며 지도용 봉을 이용해 특정 신체 부위를 찌르거나 치마 길이를 확인한다며 교복을 들추는 게 대표적 성희롱 유형으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응답자 37.9%는 '성희롱을 당했을 때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답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대부분 피해 학생들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적극적인 대응을 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중 40.9%는 직접 당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 중 34.4%는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 손, 어깨, 허벅지 등을 만지거나 껴안고 뺨을 비비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업시간에 교사가 이성친구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냐고 묻는 등 언어적 성희롱을 한다고 답한 비율도 21.2%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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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학교 내 성희롱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하연 서울경찰청 젠더 폭력 예방 전문강사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도 학교 평가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노형미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 변호사는 "학교라는 영역의 폐쇄성과 특수성 때문에 일상적인 가해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성희롱 관련 조사를 할 때 구성원 중 교사에 관한 교육을 받는 사람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시작된 성희롱·성폭력 미투 운동이 초중고 등 교육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