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119 여성 구급대원 동료 "맞는 것보다 성적 욕설이 더 끔찍했다"

뉴스1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도로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취객을 구조하던 구급대원이 취객의 폭행으로 쓰러져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구급대원의 동료는 맞는 것보다 성적 욕설이 끔찍했었다며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2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익산소방서 박중우 소방사는 술에 취해 도로에 쓰러져 있던 윤모(47) 씨가 모멸감 드는 욕설을 내뱉었다고 밝혔다.

박 소방사는 "(경찰처럼 제압하겠지만 응급 소방사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어) 그냥 피하는게 최선"이라며 "(윤씨가) 처음 들어보는 욕을 엄청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지하기 힘든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한대 얼굴을 가격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도중에 강모(51) 소방위가 머리를 한 5대 정도 맞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 전북소방본부

박 소방사는 또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갔는데 오히려 되려 당한 상황"이라며 "그런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취객 윤씨는 자신을 구조하려던 강 소방위와 박 소방사에게 생식기와 관련된 아주 모욕적인 욕을 끊임없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이 아니다. 취객 윤씨는 강 소방위의 머리를 손으로 5~6차례 때리는 등 폭행했다. 강 소방위는 결국 어지럼증과 경련, 심한 딸꾹질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으로 2개월 요양진단을 받고 정밀진단을 앞두고 있었던 강 소방위는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지난 1일 숨졌다.

박 소방사는 "19년차 대선배로 원래 되게 활발하시고 평소에 되게 유머러스하시다"며 "아들 2명 있는데 한 명은 이제 고등학교 들어갔고 한 명은 아직 초등학생이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진제공 = 전북소방본부

취객 윤씨는 현재 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소방기본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익산소방서는 오는 3일 강 소방위에 대한 영결식을 거행하고 1계급 특별승진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구조나 구급 업무 중 폭행과 폭언 피해를 당한 사례가 4년새 2배 이상 늘어나고 5년 7개월간 870건에 달한다.

매 맞는 소방관들이 늘고 있지만 처벌은 미비한 수준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구급대원 폭행사범 622명 중 314건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받아 관련 법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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