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오늘(25일)은 한반도 역사상 마지막 군주 순종황제가 승하한 날입니다

인사이트대훈위 국화장경식을 단 순종 / 위키미디어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1926년 4월 25일. 조선왕조 최후의 왕은 어지러운 나라를 뒤로 한 채 눈을 감았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장남인 순종은 1874년 3월 25일(음력 2월 8일) 태어났다. 명성황후가 낳은 적자 중 장성한 자식은 순종이 유일했다.


2세 때 왕세자로 책봉된 순종은 1895년 10월 8일, 어머니 명성황후가 경복궁에서 시해된 소식을 접한다.


그는 아버지 고종과 함께 어머니가 처참한 죽음을 당할 동안 일본 낭인과 친일파들에 의해 감금돼 있었다.


이에 순종은 왕세자의 작위를 이복 형제에게 선양하려 했지만 고종이 만류했고 같은 해 한국 최초의 헌법인 홍범 14조가 반포되자 왕태자에 올랐다.


그리고 1897년 10월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황태자로 격상됐다.


인사이트익선관 황룡포 순종 어진 / 위키미디어


황태자의 신분이었지만 몰아치는 근대사의 파도 속에서 조선왕실의 일원으로 삶을 이어가기란 녹록지 않았다.


대한제국 수립 후 1898년, 김홍륙이라는 역관은 고종과 황태자에게 해를 가할 목적으로 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커피'에 다량의 아편을 넣었다고 알려졌다.


커피를 마신 고종은 맛이 이상함을 알아채고 바로 뱉어냈지만 순종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들이졌다. 


원래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순종은 치아가 빠지고 며칠간 혈변을 누는 등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 사건으로 김홍륙은 유배를 가게 됐지만 그의 유일한 세력 기반이 고종이었던 사실로 미루어 친일파들이 누명을 씌운 것으로 추정된다.


1907년 고종이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강제 퇴위를 당하자 대리청정을 하던 순종은 황제에 올랐다. 


인사이트고종 광무제(좌)와 황태자 시절의 순종 이척(우) / 위키미디어


그러나 일부 세력들은 그를 정식 군주로 인정하지 않았고 '황제', '주상' 호칭 대신 '창덕궁 전하'로 불렸다.


그 무렵,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일명 '한일 합방'을 준비하고 있었고 안중근 의사에게 이토 히로부미가 사살된 1909년, 대한제국의 사법권과 교도행정을 일본에게 넘기는 기유각서를 체결했다.


이 사건으로 황제로서 실권을 잃은 순종은 이듬해 1910년 허수아비 군주 신세가 됐다. 순종은 경술국치 조약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으나 8월 22일 당시 총리대신 이완용이 대신 서명했다.


왕조의 멸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황제' 순종. '이왕'이라 불리며 수모를 당한 순종은 일본의 협박에 도쿄에서 천황을 만나기도 했다.


고종과 명성황후 사이에서 태어나 살아남았던 유일한 적자(嫡子). 원치 않은 왕위에 올랐던 순종은 망국의 한을 품은 채 1926년 4월 25일 53세의 일기로 승하했다.


500년간 한반도를 지키던 조선의 태양은 저물고 캄캄한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인사이트순종 융희제의 장례식 / 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