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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제주에서 추락한 열기구를 몬 조종사가 승객들을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숙연하게 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승객들은 열기구 조종사 故 김종국 씨가 마지막 탑승객이 튕겨나가기 전까지 조종간을 잡으며 버텼다고 증언했다.
12일 제주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1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상공에서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했다.
사고 당시 열기구에는 승객 12명과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 김종국(55) 씨가 탑승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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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처음 열기구가 나무에 걸리자 다시 공중으로 살짝 띄운 뒤 조금 더 이동했다.
이후 김씨는 넓은 들판에서 재착륙을 시도했지만,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열기구 바스켓이 강한 충격을 받고 땅에 닿았다.
그 여파로 바스켓이 뜯어지면서 탑승객 몇 명이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도 열기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끌려가다 숲이 시작되는 지점의 나무에 충돌하면서 마침내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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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나머지 탑승객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조종사 김씨는 바스켓에 탑승객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찰과상과 골절 등 부상을 입은 탑승객 12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조종사 김씨는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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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사고 원인을 '돌풍'에 의한 조종력 상실로 추정했다.
갑작스럽게 강한 바람이 불면서 열기구가 예정됐던 장소에 착륙하지 못한채 끌려가 사고가 났다는 분석이다.
김문태 한국열기구협회장은 김씨에 대해 "열기구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며 "국내외 선후배들에게 인정받았던 좋은 조종사"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탑승객들과 열기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