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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전자팔찌를 채우는 등 지휘관 '갑질 논란'으로 폐지됐던 공관병이 이름만 바뀐채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11일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폐지한 공관병을 대신 '공관 부사관'을 배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은 육군참모총장과 제2작전사령관, 제3군사령관 공관에 부사관 3명을 선발했고 제1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부사령관 공관에는 군무원을 대체 인력으로 활용했다.
특히 공관 부사관을 선발하면서 '조리시험'까지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이는 앞서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혐의들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당시 박찬주 전 대장 부부는 군 복무 중 휴가 나온 아들에게 부침개를 부쳐주라고 지시했는데, 조리병이 이를 깜빡 잊자 뜨거운 부침개를 얼굴에 집어 던졌다.
뿐만 아니라 골프칠 때 골프공을 줍게 하거나, 휴가 나온 아들을 위해 바비큐 파티를 준비시키고 전자팔찌를 채워 수시로 호출하는 등 공관병에게 잡일을 시킨 바 있다.
갑질을 겪은 군인권센터 제보자의 폭로로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말 공관병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시켰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 / 뉴스1
하지만 '공관병'과 다를바 없는 일을 하는 부사관을 배치하면서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용 의원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모든 지휘관 공관에 근무하는 병력을 철수하고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라고 했지만, 실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식의 땜질 처방"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군의 병영 문화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여전히 경직되고 폐쇄된 병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공관 부사관 선발 당시 '조리시험'을 치른 것에 대해 "공식행사 등을 고려해 조리 특기의 부사관을 보직했다"고 해명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국방부 관계자는 "공관병 198명을 전원 정원에서 삭감한 뒤 일부 4성 장군 이상 지휘관의 공관에 조리 특기 군무원과 부사관을 보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관병처럼 공관에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일부 공관 관리관에 부사관을 보직한 것은 군무원 채용 선발 시 적합한 인원이 부족한데 따른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국방부는 지속해서 군무원을 선발해 보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병영식 배식받는 송영무 국방장관 / 뉴스1
한편 해군의 경우 공관병을 폐지한 후 상황·시설 관리병 제도를 신설했다.
해군은 해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차장, 해군작전사령관의 공관에 관리병을 1명씩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기존 공관병과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아 이 역시 효과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공군의 경우는 공관병을 없앤 이후 대체 인력을 선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솔 기자 hanso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