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고객' 주문 거절한 피자 가게 사장님, 오히려 매출 늘었다
극단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고객이 남긴 리뷰에 "우리 가게를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댓글을 남긴 피자집 사장님의 매출이 오히려 늘고 있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부산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A씨는 여느 때와 같이 본인 음식을 맛보고 후기를 남긴 고객들에게 댓글을 달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고객들의 글에 댓글을 달던 중 한 고객의 댓글에서 A씨는 멈칫했다.
바로 고객의 아이디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고 프로필 사진에도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고객이 사용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은 우파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을 희화하고 조롱할 때 사용하는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기분이 상했던 A씨는 고객의 리뷰에 진심을 담은 댓글을 남겼다.
A씨는 "뭘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누구더라도 그 아이디와 사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라며 "사장으로서 감사한 일이지만 '자연인 000'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부모님이, 이웃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그분 사진 갖고 장난치는 게 이해가 가냐"라며 "이런 분이 주시는 돈은 받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 저희 업소 이용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A씨의 리뷰 댓글은 지난 주말인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크게 화제 됐고 A씨의 댓글을 인용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A씨의 피자가게에는 주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A씨의 글을 본 주민들이 A씨를 응원하며 피자를 주문한 것이다.
손님들은 배달앱 리뷰란에 "사장님 마인드에 반해서 주문했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는 내용을 달았다.
A씨는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에 "갑작스레 배달 주문이 많아져 주문 지연이라든가 품절 메뉴가 나오고 있다"라며 "그래도 항상 처음처럼 주문 들어오는대로 정량, 정확하게 배달해드리고 있다"고 지난 25일 글을 남겼다.
또 26일에는 "저의 모자란 글이 이렇게 큰 영향력이 있을 줄 몰랐다"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A씨의 글이 처음 공개된 지 4일이 지난 오늘(28일)까지도 A씨의 가게에는 칭찬 글과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