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죽으려고 동맥 두번이나 끊었는데 못 죽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증언 (영상)

인사이트Facebook 'EBS story'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10대 시절은 자신의 죽음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비참함, 그 끝이었다. 


99번째 삼일절이었던 지난 1일 EBS story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 할머니의 증언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15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역사의 그림자, 일본군 '위안부''의 한 장면이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에서 태어난 박숙이 할머니는 "(일본이) 나쁜 짓 다 하고 나서 나중에는 가져갈 게 없으니까 처녀들 공출을 받아낸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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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Facebook 'EBS story'


일본군은 여식이 있다는 집을 들쑤시고 다니며 부모에게 딸을 내놓으라고 총구를 겨눴다.


절대 딸을 내놓을 수 없다고 항변하면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였다. 


할머니는 "그럼 죽는 게 낫겠어, 보내는 게 낫겠어? 그래서 보낸 거다"라며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켰다.


결혼도 하지 않았던 당시 할머니의 나이는 겨우 16살이었다. 일본군에게 함께 끌려간 고종사촌도 17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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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Facebook 'EBS story'


할머니는 쭈글쭈글 주름이 가득 잡힌 자신의 손목을 내어 보였다. 손목을 본 제작진의 입에서 곧바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선명한 칼자국. 할머니는 "그래서 죽으려고 이거 봐라. 동맥을 두번이나 끊었는데도 못 죽었단 말이다. 동맥 끊어가지고"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였던 '위안소'에서 할머니는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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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Facebook 'EBS story'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지만 일본의 역사인식은 조선인을 무참히 학살하고 짓밟았던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2015년 1월 29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중의원 이나다 토모미는 "사실과 완전히 반대되는 허위의, 일본의 명예를 훼손하는, 우리들의 선고자 강간, 살인, 유괴범의 집단이었다는 것을 미국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이러한 이유 없는 명예훼손을 바로잡아 가는 것도 국익이자 정치의 책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가 모두 거짓이라는 일본 의원의 주장. 여기에 아베 신조 총리는 "전략적으로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3년이 지난 2018년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가해자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끝냈다'고 말해선 안된다"며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강도 높은 비판에 역시나 일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극히 유감"이라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약속했고 일본은 합의에 기초해 할 일은 모두 했으니 한국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뻔뻔함이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앞장서왔던 박숙이 할머니는 2016년 12월 6일, 끝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향년 9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