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들끓는 여론에도 '미투' 가해자 처벌이 어려운 이유

인사이트연출가 이윤택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법조계에 이어 문화계, 연예계까지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으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대부분이 민·형사상 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다.


'나도 그렇다'는 의미의 '미투'는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Me Too'라는 글을 달아 자신이 당한 성범죄를 폭로하는 캠페인이다.


최근 이 운동으로 유명 극단 연출가부터 법조계 엘리트 검사, 익히 알려진 연예인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식 수사나 내사에 들어간 사건은 단 3건이다. 조사 대상으로는 극단 번작이 대표인 조증윤, 배우 조민기, 연출가 이윤택이 알려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러나 이윤택의 경우 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표로 있던 연희단거리패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사건 대부분은 오랜 시간이 흘러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폭력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7년, 강제추행 10년, 강간 10년이다.


인사이트배우 조민기 / SBS '아빠를 부탁해'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왕'으로 불렸던 조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정식 조사에 들어갔지만 법적 처벌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3월부터 이 학교 교수로 재임한 조민기는 성폭력에 대한 친고죄 폐지 전 이뤄진 범행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하다.


2013년 6월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게 됐지만 이전에 있었던 일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사이트배우 조재현 / SBS '아빠를 부탁해'


수사대상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혐의 입증의 어려움 또한 '미투 운동'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수많은 이가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가 사건을 부정하거나 피해자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수사 진행 자체가 어렵다.


피해 당사자가 법적 증거로 삼을 만한 기록물을 소지한 경우가 드물기도 하고, 고소할 경우에 자신의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법적 처벌을 위해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사건을 입으로 내뱉으며 자신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사이트안태근 전 검사 / 연합뉴스


이들은 민사 소송으로 정신적 피해를 위로하는 위자료 등을 청구받기도 어렵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도 소멸시효가 지나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사 소송은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또는 피해 사실을 안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가해자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배상하겠다고 주장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사이트에이콤 대표 윤호진 연출가 / 연합뉴스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미투 운동은 수많은 여성의 눈물로 이뤄진 작은 외침이다.


권력적이고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당하고도 '쉬쉬'해야 했던 이들의 지난날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우리 사회 암암리에 만연했던 성폭력 문제가 단지 몇 사람의 가벼운 법적 처벌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수많은 이가 권력적 관계에 무릎을 꿇고 성폭력 사실을 숨겨야 했다는 알맹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소현 기자 so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