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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5분마다 벌금 5천원’ 미용실의 갑을관계

미용실 업주가 지각하는 미용사에게 5분마다 벌금 오천원을 받는 등의 횡포를 부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미용사에게 지각 5분마다 벌금 5천원을 받은 업주의 갑질이 논란이다.

 

미용실 업주 A씨는 경기도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미용실을 운영해왔다. 미용사인 B씨는 이곳에서 2009년 12월부터 일했다. 


B씨는 이 미용실에 들어오면서 '헤어디자이너 자유직업소득 계약서'를 썼다.

"독립되고 대등한 사업주체로서 '을'은 '갑'에게 미용서비스를 제공하고, '갑'은 '을'이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브랜드, 장소 및 부대시설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계약의 첫 조항이다. 소득 배분은 매월 '을'이 올린 매출실적의 25∼30%를 '갑'이 떼가는 식이었다.

이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도 있었다. '을'이 계약 종료 후 1년 이내에 같은 구 또는 동에 있는 동종업계 회사로 전직할 수 없으며, '갑'의 매장 반경 4㎞ 내에는 개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용실에서 업주 A씨와 미용사들의 관계는 '동업 관계'라고 하기 어려웠다.

출근시간은 예외 없이 오전 9시30분으로 정해져 있었고 미용사들이 아파서 지각이나 결근을 하게 되면 진료확인서처럼 그 사유를 알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만일 이를 위반하면 새로운 손님을 배당받는 순번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지각을 하게 되면 5분마다 벌금 5천원씩 내야 했다.  

B씨는 2년6개월 동안 일하고 이 미용실을 그만뒀다. 이어 3개월이 지난 뒤 이 미용실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미용실을 개업했다. 

A씨는 "경업금지 조항은 동업자의 지위에 있는 미용사의 이직으로 인한 단골 고객 이탈 등의 손해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정한 것인데, 피고가 이 약정을 위반했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에서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김명한 부장판사)는 "원고가 피고의 소득에서 사업소득세 등을 차감하고 지급한 사실 등은 있지만,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용사들에게 출퇴근 시간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고 조퇴나 외출의 경우에도 허락이 필요했으며, 정기적인 본사의 업무 교육에 미용사들이 참석해 포괄적인 업무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가 이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특별한 미용기술을 전수받는 등 어떤 영업비밀을 알게 됐다고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피고에게 경업금지 약정과 관련해 어떤 대가를 지급하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약정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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