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설 연휴 첫날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병원 측이 내놓은 해명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15일 A씨가 송파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그동안 간호사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일명 '태움'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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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A씨의 남자친구 B씨는 18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간호사 윗선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지도를 핑계로 신입을 괴롭히는 것을 지칭하는 은어다.
경찰 역시 B씨의 주장에 따라 실제 괴롭힘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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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에 대해 서울 아산병원 측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체 조사 결과 비정상적인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며칠 전 중환자 체위를 바꾸던 A씨가 배액관을 빠트리는 실수를 저질러 자책한 일이 있었다"며 "14일 저녁에는 격려차 선배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고 상담도 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내 태움 문화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을 본 누리꾼들은 "그 간호사의 죽음이 태움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한 누리꾼은 "어디서 그런 일은 없었다며 벌써 선을 긋느냐"면서 "'태움'이라는 악습을 피치 못할 사정인 양 포장하고 감싸는 행정을 반복할 거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자살에 이를 정도였는지 아닌지는 가해자들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거다"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신입 간호사들을 괴롭히는 '태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해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