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계약서에 '갑을' 대신 '동행'이라 적고 평생 고용 약속한 아파트

인사이트EBS 1TV '다큐 시선'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주민과 경비원이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고민하는 성북구의 한 아파트 이야기가 소개됐다.


지난 9일 방송된 EBS1 '다큐 시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후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은 수많은 경비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경비원 16명을 한꺼번에 해고하거나, 휴게실을 따로 만들지 않아 경비원들을 낡은 지하 창고에서 쉬게 하는 아파트의 다양한 갑질이 소개됐다.


그러나 경비원과 주민이 서로 입장을 양보해 상생하고 있는 모범적인 아파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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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서현(68) 씨는 성실하고 긍정적인 태도와 꼼꼼한 일처리로 한 아파트에서 벌서 10년 넘게 근무 중이다.


그의 수고를 아는 주민들은 오가며 간식을 쥐어주거나 "고생하신다"는 격려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


이처럼 정 많은 주민들 덕분에 김 씨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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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언제 어디서든지 주인이 돼라'는 뜻의 사자성어 '수처작주'를 소개하며 "내가 여기서 경비를 하지만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면 일도 잘 되고 마음도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고용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해고의 칼바람이 불었지만 이 아파트는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임금을 30만원 정도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아파트는 해고 없이 모든 경비원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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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최저임금에 맞춰 경비원 임금을 인상하고 3시간이었던 휴게시간을 30분만 더 늘리기로 합의했다.


1월 열린 정기 입주자 회의에서 동대표 안덕준 씨는 "휴게시간 30분을 늘렸다는 것은 30분 동안 (경비원) 월급이 7~8만원 정도 줄어드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경비원들이 양보를 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비원과 주민들 간에 원활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관계가 '갑과 을'이 아닌 동등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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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아파트의 경비원 고용 계약서에는 서로의 관계를 '갑을'이 아닌 '동행'으로 표시했다. 또한 경비원들의 평생 고용을 약속했다.


동대표 안씨는 "최저임금이 올라가서 부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주민들이) 나누면 5~6천원 사이"라며 "커피 한 잔 값인데 그게 사회적인 이슈가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 고효녀 씨 역시 "경비아저씨들이 택배를 찾으러 밤 12시에 초소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싫은 내색도 없이 내주신다"며 "쉬는 시간인데 얼마나 고단하시겠냐. 경비원들께 잘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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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아파트는 이밖에도 CCTV를 100여 대나 더 늘려 경비원들의 야간 순찰 횟수를 줄였다. 또 모든 경비실에는 에어컨을 설치했다. 


이들의 따뜻한 배려는 결국 본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의 또 다른 경비원 유일만(68) 씨는 "안정감을 가지고 생활하니까 아무래도 웃는 낯으로 인사를 하게 된다"며 "나 자신이 하루 일과를 능동적으로 해 나가니까 건강하고 즐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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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을 표하고 싶다"···아파트 경비원 펑펑 울게 만든 한 입주민의 새해 편지'실직 한파'라는 말을 증명하듯 최근 들어 경비원 해고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경비원' 월급 올리고 휴게실까지 새단장한 착한 아파트역대급 한파에도 이웃을 배려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훈훈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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