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공주사대부고 해병대캠프 희생학생 명예졸업식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새 출발하는 씩씩한 아들을 품에 안아야 할 졸업식에서 부모들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계속 눈물을 닦아냈다.


 

"아들이 받아야 할 졸업장을 대신 받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3년 7월 충남 태안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바닷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의 유가족들의 가슴이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숨진 아이들의 명예 졸업식이 4일 오후 모교인 공주사대부고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고(故) 김동환, 이병학, 이준형, 장태인, 진우석군. 

 

살아있다면 다른 학생들처럼 여기에 나란히 서 있을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숨진 아들을 대신해 명예졸업장을 받기 위해 1년여 만에 아들의 모교를 찾았다.

 

추모 묵념에 이어 아버지들이 명예졸업장을 받으려고 단상에 오르자 주위가 숙연해졌다.

 

졸업장을 주는 교장 선생님의 손도, 졸업장을 받는 아버지들의 손도 가늘게 떨렸다.

 

이어 친구들이 만든 추모 동영상에 아들의 모습이 나오자 가족들은 하나둘씩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새 출발하는 씩씩한 아들을 품에 안아야 할 졸업식에서 부모들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계속 눈물을 닦아냈다.

 

금방이라도 웃으면서 나타날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친구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인사말에서 동환군의 아버지 김영철씨는 "다섯 친구를 기억해준 여러분에게 감사한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게 관심을 갖는 어른으로 커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가족들도 "이제는 다섯 친구에게 미안해하지 마라"며 "졸업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여러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고 말하고 나서 아들을 대신해 받아든 명예졸업장을 들고 쓸쓸히 학교를 떠났다.

 

숨진 다섯 친구 가운데 두 명의 가족은 이날 졸업식에 불참했다.

 

아들의 친구들을 만나면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이 생각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지만,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 등 유가족과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석군의 어머니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엄마는 너의 졸업식에 갈 수가 없다"며 "항의 차원이고, 유감의 표현이다. 교육부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게 없는데, 명예졸업장이 뭔가 싶기 때문이란다"라고 적었다.

 

준형군의 아버지 이상민씨도 "교육부와 공주사대부고에서 숨진 5명의 아이를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며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마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던 만큼 정부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