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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차두리... 14년 정든 태극마크 반납 (인터뷰)

차두리는 “우승보다 값진 후배들의 하겠다는 의지,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느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35·FC서울)는 31일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느끼고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가져가는 것 같다"고 국가대표 은퇴 소감을 밝혔다.


차두리는 이날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뛸 일은 없다"며 이날 경기를 끝으로 2001년부터 시작한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했음을 밝혔다.
 
동료들은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차두리에게 선물하겠다고 입을 모았으나 이날 1-2 석패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차두리는 "우승보다 값진 후배들의 하겠다는 의지,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느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두리와의 문답.  

--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었을 터인데.

▲ 마지막이었다. 대표팀에 이제는 다시 뛸 일이 없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였다. 오늘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한 팀으로서 얼마나 강하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지를 알 것이다. 다 같이 뭉쳤을 때는 얼마나 우리를 이기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큰 실망을 준 팀이었지만 똑같은 선수들이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비록 졌지만 충분히 박수받고 감동을 줬던 경기라고 생각한다.  

제 개인적으로는 고맙다. 후배들이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해서 투쟁을 해줬다. 그래서 나한테 우승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좋은 선물을 해줬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오늘 마지막 경기까지 너무나 좋은 선물이었다. 감독님을 포함해 모든 스태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오늘 선발이라고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 들었나.

▲ 선발로 나가는 것은 이틀 전에 알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승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라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길까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까만 계속 생각한 것 같다. 

-- 경기 후 후배들 다독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후배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 오늘 같은 경기가 결국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마크를 달고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정신자세인 것 같다. 오늘 같은 경기가 매번 나와줘야 팬들도 감동하고 한국 축구를 사랑하게 되고 지더라도 한국축구를 응원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와서 한 경기 하고 돌아간다면 '나는 당연히 대표팀 선수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해 여름 브라질 월드컵에 있었던 그런 일이 반복될 것이다. 선수들은 그런 점을 이번 대회를 통해 배웠다.  

대표팀이란 곳은 특별한 곳이고, 특별한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더불어 국민이나 축구팬들이 마음을 다해서 응원하지 않으면 절대 성적이 날 수 없는 곳이 바로 대표팀이다.  

후배들이 그것을 깨닫고, 항상 경기장에 나갈 때 오늘 같은 경기를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온다면 대표팀이 조금 더 앞으로 나갈 것이다.

-- 많은 분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 많은 분이 마지막까지 너무너무 많이 사랑을 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셔서 나 역시 결승 앞두고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대표팀 생활은 끝났고, 이제는 후배들이 나나 선배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이뤄야 한다. 나를 많이 사랑해준 분들이 똑같이 후배들을 응원해주고 사랑해 준다면 선수들도 그런 것을 느끼고 오늘처럼 다같이 하나가 되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후배들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항상 열심히 하고 있으니 똑같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도 생각이 났을 것 같은데.

▲ 대표팀에 들어오면 프로팀에 있는 것과 달리 항상 주목을 받게 된다. 또 다른 가치가 있는 경기들에 나선다. 대표팀의 한 경기 한 경기는 큰 감동이나 힘을 줄 수 있다.  

항상 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행복해 했고 즐거워했다. 독일에 있을 때보다 대표팀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것이 큰 영광이었고 기쁨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2001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으로 국가대표를 시작해 최고참이 돼 후배들이랑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하다.

오늘 경기는 후배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진정한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느껴서 우승보다 값졌다. 나도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가지고 대표팀을 떠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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