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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고 싶었다"…박종철 사망 최초 보도한 '1987' 실제 기자

故 박종철 열사 사망 사건을 최초로 세간에 알린 전 중앙일보 신석호 기자가 1987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인사이트

영화 '1987'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6월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에는 故 박종철 열사의 사망을 보도하는 신문기자들이 등장한다.


그중 서울대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 중 사망했다는 것을 '최초'로 세간에 알린 기자가 있다. 당시 중앙일보에 근무하고 있던 신석호 기자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신 기자는 故 박종철의 죽음을 알린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과거 JTBC '뉴스콘서트'에 출연했던 그는 "1987년 1월 15일 공안부에 체크하러 갔는데 공안 4과장이 '경찰 큰일 났어요'라고 말하더라"며 운을 뗐다


인사이트JTBC 뉴스콘서트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감지한 신 기자는 공안4과장 말에 얼추 맞장구를 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공안4과장 입에서 서울대생이 남영동에서 죽었다는 정보를 얻었다. 시위가 한창인 '서울대'의 학생, 대공분실이 있는 '남영동'. 충분히 사건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보도를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먼저 서울대생이 죽었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한 인적사항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독재 정권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사실이 기사로 나갔다간 꼼짝없이 안기부에 끌려갈 판이었다.


워낙 민감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신 기자는 서울대 학적부를 찾아 주소를 파악하고 부산 집으로 찾아가 이름 석 자까지 정확히 확인하고 나서야 기사를 쓸 수 있었다.  취재 과정은 모두 은밀하게 진행됐다.


인사이트JTBC '뉴스콘서트' 


당시 신 기자는 기사 제목으로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고 뽑았다. '쇼크사'라는 단어에 굳이 큰따옴표를 넣은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경찰이 쇼크사라고 보고했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20대 학생이 어르신도 아니고, 조사를 받다 쇼크사로 죽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故 박종철 열사가 '쇼크사'로 죽었다는 것은 '경찰'만의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큰 따옴표를 넣은 것이다.


기사가 나간 날 신 기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사회부 선배들이 안기부에 잡혀갈 수 있다며 몸조심하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수시로 기자들을 데려가 조사하던 시절이었기에 신 기자는 자신도 충분히 끌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신 기자는 근처 여관에서 잠을 잤다. 밤이 깊어질수록 기자 생활이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다.


인사이트영화 '1987' 


하지만 새벽께 그의 모든 생각이 정리됐다.


신 기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커서 '아버지 기자 할 때 뭐하셨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또 후배기자들이 훗날 '선배는 어떤 기사를 썼어요?'하고 물어본다면 그때 부끄럽지 않은 아빠,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니까 자신감이 샘솟더라. 아무튼 내 인생 가장 긴 하루가 아니었을까"라고 회상했다.


故 박종철 사망 사건의 서막을 알린 신 기자의 보도를 시작으로,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가 故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를 이어갔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는 두 기자의 양심이 故 박종철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민주주의의 열망을 가슴 속으로만 품고 있던 시민들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계기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결국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냈다.


故 박종철 물고문 진실 세상에 처음 폭로한 '양심 의사' 근황故 박종철의 시신을 검안했던 오연상 원장은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1987' 고문기술자 실제 인물, "나는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다"영화 '1987'이 흥행하면서 당시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실존 인물 이근안의 발언이 화두에 오르며 공분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