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소방방재신문사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 당시 이름 모를 할아버지가 한 청년의 목숨을 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한겨레는 충청북도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살아 나온 황모(35) 씨를 구해준 한 노인의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황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 할아버지 덕분에 겨우 살았다"며 "온탕에 들어간 지 1분 정도 됐을 때 흰 머리의 할아버지가 '불났다'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던 그는 불이 났다는 말을 무시한 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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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다시 황씨의 팔을 잡아끌며 "불이 났는데 뭘 하느냐"고 소리쳤다.
이에 창밖을 본 황씨는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서둘러 사우나를 빠져나왔다.
황씨는 "삽시간에 검은 연기가 사우나 안을 채우더라"라면서 "누군가 '비상구가 저기 있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사우나를 탈출한 그는 곧바로 자신의 손을 잡아끈 할아버지를 찾아 헤맸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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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황씨는 "정작 저를 살려준 할아버지는 살아 계신지 모르겠다"면서 "어르신들은 비상구 찾기가 힘들었을 텐데 제발 무사히 나오셨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한편 같은 날 현장에서는 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용기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당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이상화(69) 씨와 손자 재혁(15) 군은 화재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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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층과 3층 사이에서 여성들이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이들은 계단 옆 창문을 통해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이 과정에서 목과 다리를 다쳐 현재 제천 서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