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징비록'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울산시 중구청이 학성공원을 새로이 조성하는 과정에서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건립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국민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중구청은 해당 계획을 철회했으나, 애초부터 '침략의 선봉장'을 한국 땅에 세우려 했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울산시에 따르면 앞서 중구청은 우범지대로 전락한 학성공원을 새로운 지역 브랜드로 활성화하기 위해 '학성 르네상스' 도시경관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성공원 조감도 / 연합뉴스
약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유재란을 주제로 학성공원을 꾸미겠다는 것이 중구청의 계획이었다.
그 일환으로 공원 입구에 조선의 권율 장군, 명나라의 양호 장군, 왜장 가토 기요마사 장군의 동상을 건립하기로 했다.
문제는 가토 기요마사라는 인물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이었던 가토 기요마사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에 참전하며 조선땅에 왜군을 이끌고 온 장수다.
학성공원 전경 / 연합뉴스
이에 주민들은 "조선 침략의 선봉장을 어떻게 한국 땅에 세울 수 있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정치계에서도 동상 건립 계획을 지적하고 나섰다.
민중당 울산시당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 "학성공원은 정유재란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자 한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라며 "중구청의 발상은 실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중구의회 천병태 의원 역시 21일 열린 본회의에서 "조선 정복에 앞장선 왜장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우리의 역사의식을 흐리게 만든다"며 이번 중구청의 결정에 질타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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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중구청은 "동상을 우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치열함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 나라별 대표 장군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전투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일깨워주고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결국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중구의회에서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 건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가토 동상 건립 논란과 관련 박태완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주민참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그 계획만으로도 이미 울산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