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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전 '개고기' 없애자"…30년째 이어진 '보신탕' 논쟁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케케묵은 '보신탕' 논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인사이트개 식용 반대 시위 중인 동물보호단체 회원들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보신탕' 논쟁이 또다시 시작됐다. 


국내 동물보호 단체들이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평창 올림픽 개최 전까지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몇몇 동물보호단체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동물 학대와 개 도살, 개 식용을 금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서 이들은 스키복을 입은 어린이 사이에 개를 세워두고 '개 식용 금지'를 청원하는 피켓을 개의 목에 거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개 식용 논쟁'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외 동물보호 단체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문제로 삼은 것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개 식용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의 열띤 토론과 논쟁이 있었지만, 양측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만한 대안이 나오지 못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맛있는데 왜 난리냐"는 이들과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하는 이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개 식용 찬성 진영'에서는 현재에도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주들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개고기 금지'만 외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찬성 진영 측은 또 동물 보호단체들의 '개 식용 반대 운동'으로 보신탕 업주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개 식용 반대 진영' 측은 보신탕 업주들 역시 개고기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 업종을 전환하는 추세라 반박한다. 


금전적인 여유나 정부의 지원 등이 있다면 전업을 하겠다는 개고기 관련 업주들이 많다는 게 반대 진영 측의 주장이다.


인사이트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는 관련 업자들 / 연합뉴스


반대 진영이 '개 식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식용견'을 유통하는 '개 농장' 관련 문제다.


현재 전국 약 1만개 이상의 개 농장에서는 수많은 개들이 비좁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식용견'으로 길러지고, 잔인한 방법으로 도축되고 있다.


반대 진영 측은 농장 업주들이 관련법이 미비하다는 점을 악용한다고 꼬집는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수많은 개들이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개 식용 합법화'가 절실하다고 반박한다.


개도 '가축'으로 분류해 소나 돼지 닭처럼 미약하게나마 윤리적인 도축 시스템 아래서 도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양측의 논쟁은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상대 진영을 향한 감정적인 공격을 가할 때도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개 식용 문화'를 두고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만 남아 있는 문화라며 개고기 소비 문화 자체를 비하한다.


일부 '개 식용 반대론자'들은 '야만'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하는 실정이다.


찬성 측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은데, 반대 진영을 '서구 사대주의자'라고 일반화하거나 '문화적 상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집단이라고 낙인찍는다.


인사이트연합뉴스


30년 이상 평행선처럼 이어진 논쟁을 단번에 결론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글 역시 지금 당장 보신탕집에 가서 개고기를 먹자는 주장도, 개고기를 서둘러 금지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30년이 흐르면서 우리나라에서 '개'를 바라보는 문화가 상당 부분 변했다는 사실이다.   


'반려견'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 사회에서 개의 위치는 짐승에서 가족 반열에 오를 만큼 높아졌다.


또 전통음식이던 개고기는 이제 지인에게 함께 먹으러 가자 말하기도 껄끄러운 음식이 되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어쩌면 개고기를 먹느냐 먹지 않느냐의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을지도 모른다.


양측이 해결점이 나올 수 없는 문제에 매진하는 사이, 더 중요한 사안은 무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것은 바로 지금 이시간에도 감옥과 같은 좁은 우리 안에서 '식용견'으로 길러지면서 학대받는 수많은 개들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길고양이 학대 문제, 공장식 축사 문제, 매년 10만 마리씩 버려지는 유기동물 문제 등 다양한 동물 학대들이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 때문에 국회는 허술했던 기존의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내년 3월부터 시행토록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끊이지 않는 동물 학대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순히 '개고기' 자체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버려지거나 학대받고 있을 동물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한 때다. 


그것이 '농장'에서 벌어지는 것이든 '가정집'에서 벌어지는 것이든 어디든지 간에 말이다.


전국 최대 '개고기 판매' 모란시장이 철거되는 순간 (사진)전국 최대 개고기 판매 및 유통 시장인 경기도 성남시의 모란시장에서 개 판매시설 자진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