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이국종 교수 "나는 석해균 선장 살려낸 2011년처럼 또 이용당하고 버려질 것"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떴다방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5일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25)씨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1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오씨가 아주대를 떠나던 날 기자들이 이국종 교수에게 "홀가분하겠네요"라는 질문을 던졌으나 그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웠다.


그는 당시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11월 1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그가 있는 병원의 환자는 작년보다 무려 43%가 늘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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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가동률 150%로 병상이 비자마자 환자가 바로 차는 상황이지만 전담의사는 정원인 28명의 절반인 14명뿐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아주대에 외과전공의 정원을 한 명 늘려준 걸 생색내는데 그러면 뭐하냐"며 "전공의가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한 해 외과전문의가 150명가량 배출되지만 상당수는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빨려 들어가며 이들은 외상센터에 관심이 없다.


이 교수는 "2011년처럼 환자가 느는 건 좋은데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1년의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을 살린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을 받으며 관련 예산과 법률을 만들어내는데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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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그가 근무 중인 아주대 병원은 2012년 외상센터 설치 지원기관 1차 선정에서 탈락했다. 


닥터헬기 6대도 배정되지 않았다.


'이국종법'에서 정작 이국종이 소외된 것이다.


오히려 중증외상환자가 많아질수록 적자가 늘어난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관심과 열기가 떴다방처럼 사라질 것"이라며 "2011년처럼 내가 이용당하고 버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이국종을 영웅으로 만들며 예산을 증액시켜도 정작 현장에 있는 이들이 받는 도움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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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달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이송 수단 구입하는 것과 연구비, 연구용역비 등으로 쓰고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들어오는 예산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학회 장사꾼들과 예산 따먹기 프로들이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외상센터가 개판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지난 번에 (예산을 증액해) 도와줬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하겠죠"라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이국종 교수는 자신이 꿈꾸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중중외상센터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부족한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가 늘린 예산 200여 억원을 우리한테 다 쏟아도 될까 말까"라며 "시설·병실·인력이 다부족하다"고 말했다.


'귀순병' 오청성이 목숨 살려준 이국종 교수에 남긴 자필 편지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진 귀순병 오청성이 그동안 자신을 치료해준 아주대 병원 의료진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환자가 내게 와서 피를 쏟았다"···그알, 오늘 (16일) 이국종 교수 '비망록' 다룬다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늘 밤 권역외상센터의 참혹한 현실을 묘사한 이국종 교수의 비망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