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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죽은 인형에는 동생의 영혼이 들어있어요"
여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지난 1918년 8월 여름. 홋카이도에 사는 스즈키 나가요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에게 줄 선물을 샀다.
평소 아끼던 여동생의 선물인 만큼 엄선해서 고른 것은 바로 기모노를 입고 있는 단발머리 인형이었다.
당시 3살이었던 기쿠코는 인형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꼭 붙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기쿠코는 폐렴에 걸려 어린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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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는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유골과 함께 평소 아끼던 인형을 불단에 올려놓고 정성스럽게 제를 지냈다.
동생을 그리워하는 스즈키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키쿠코의 유골 옆에 있던 인형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자라기 시작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발이었던 인형의 머리는 어느새 어깨까지 올 정도로 길어졌고, 이후에도 꾸준히 자라 긴 머리가 됐다.
스즈키는 인형에 동생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했고, 만념사라는 절에 맡겨 고이 보관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일본의 '기쿠코 인형' 전설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사실 이 전설은 어떤 광부가 자신의 딸이라면서 인형 하나를 절에 맡겼다는 이야기에 살을 붙여 탄생한 것이다.
제법 완성도 높은 전설과 실제로 존재하는 인형의 존재. 이 둘의 조합은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인형에 깃들었다고 믿게 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자란 정확한 원인에 대해 밝혀진 바가 아무것도 없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쟁 속에 사람들은 예전에 일본에서는 진짜 사람의 모발로 인형 머리카락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사람이 죽고 나서도 모발은 일정 기간 더 자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당시 인형에 사용됐던 콘드로이틴에 머리카락의 성장을 재촉하는 성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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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인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이를 자극하는 촉매제의 만남으로 해당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이다.
현재 가장 신빙성 있다고 여겨지는 가설에 사람들은 약간의 상상으로 극적인 요소를 첨가해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도 인형의 머리카락이 자란 원인에 대해선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병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소녀를 이렇게라도 기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심연주 기자 yeo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