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폰 배터리 아끼며 에어포켓서 3시간 버텨"…낚시객 극적 생환

전복 사고가 발생한 선창1호에서 살아남은 심모(31) 씨 등 3명이 내부 '에어포켓'에서 3시간여의 사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전복 사고가 발생한 낚싯배에서 살아남은 심모(31) 씨 등 3명이 내부 '에어포켓'에서 3시간여의 사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들은 7시 43분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4일 해경의 확인 결과 오전 8시 48분에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오전 6시 5분 사고 발생 후 무려 2시간 43분간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된 것이다.


4일 연합뉴스는 생존자 심씨 일행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극적으로 구조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사고 당시 심씨는 친구 이모(32)·정모(32) 씨와 함께 선창1호 조타실 아래 있는 작은 선실에 있었다.


10여 명이 한꺼번에 머무를 수 있는 큰 선실은 이미 다른 낚시객들로 꽉 차 어쩔 수 없이 조타실 아래 쪽방 같은 선실에 머물렀다.


출항한 지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쿵'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다.


심씨는 "배가 뒤집히고 잠시 후 전등이 나가면서 깜깜해졌다"며 "낚싯배 밖으로 나가려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방수가 되는 스마트폰으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심씨 일행이 있던 작은 선실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에어포켓'이 형성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심씨와 친구들은 칠흑 같이 어두운 선실 내에서 목까지 차오른 차가운 바닷물을 견디며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오르는 것이 느껴지자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말을 하면 산소가 더 빨리 닳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구조대와 유일한 연락 수단인 스마트폰의 배터리 잔량이 점점 줄어들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GPS로 구조대에 보낼 때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최소한의 전화통화만 하며 배터리를 아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러나 사고 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자 물속에 있는 다리가 점점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어 괴로웠다.


그때쯤 다행히 썰물로 물이 빠지면서 배에 공기가 좀 더 공급됐다. 이때 3명이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선반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3시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몸이 계속 물에 잠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5도로 국제해상수색구조메뉴얼에(IAMSAR)에 따르면 익수자의 생존 예상시간은 3시간 미만이다.


만약 이들이 선반 위로 몸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물에 잠겨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심씨는 "산소가 소진돼 답답할 때쯤 다행히 다시 숨을 좀 쉴 수 있게 됐다"며 "밖에 햇빛도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은 선실에 있었던 심씨 일행은 운 좋게 목숨을 건졌지만 조타실 뒤 큰 선실에 머물던 낚시객 중 상당수는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뒤쪽 큰 선실은 낚싯배가 전복한 뒤 곧바로 물이 다 차올랐을 것"이라며 "사고 직후 큰 선실 쪽에서는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타실 쪽 작은 선실은 배 아래쪽까지 바닥이 낮았고 큰 선실은 바닥이 높았다"며 "배가 뒤집혀 선내로 물이 차올랐을 때 조타실은 천장과 사이에 얼굴 크기의 에어포켓이 남았던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3일 오전 6시 5분경 인천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낚싯배 선창1호가 출항 9분 만에 급유선 명진15호와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선창1호' 선실에 나란히 누워있다 전복 사고로 형 잃은 동생전복 사고가 발생한 선창1호 선실에서 함께 누워있던 형제 중 동생만 탈출하고 형은 숨진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낚싯배 사고 구조 못한 것은 국가책임이다"지난 3일 인천 낚싯배 침몰 사고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